매일신문

[야고부] 인물난

중국 서진(西晉) 때 황보밀이 지은 고사전(高士傳)에는 91명의 현인(賢人)이 나온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들은 권세와 명리를 뜬구름같이 여기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다.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람이 많다. 천하를 물려주려는 요 임금의 청을 거절한 허유(許由)나, 이 이야기에 '탐욕스러운 말을 듣고 내 친구를 버리게 됐다'고 탄식하며 강에서 귀를 씻고는 허유와 평생을 절교한 소부(巢父)도 있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와 안회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오나라에 땔감을 해 연명한 피구공(披裘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왕족인 계찰(季札)이 길에 떨어진 황금을 피구공보고 주워 가지라고 했다. 피구공은 '당신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사람 보는 눈은 비천하다. 내가 비록 가난하지만 어찌 황금 따위를 줍겠느냐'고 화를 냈다. 계찰은 크게 사과를 하고 이름을 묻자, 피구공은 '당신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니 어찌 이름을 알려주겠느냐'며 떠나갔다고 한다. 계찰도 아버지와 형이 잇따라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으나 거절하고 농사를 지을 정도로 현인이었으나, 한 번의 말실수로 크게 한 방 얻어맞은 셈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나 야당, 모두 인물난을 겪고 있다. 많은 국민이 개혁을 바라고, 새 인물을 요구하지만 이 기대를 채울 수 있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역은 더욱 심하다. 당에 공천 신청을 했거나,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출마자의 면면을 보면 정치 신인도 적잖고, 눈에 익은 사람도 많다. 그나마 다선의 몇몇 분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단골이 꽤 줄었는데도 그렇다. 기초'광역의원에서 국회의원으로의 신분 상승을 원하는 인물의 출마는 차치하더라도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를 왔다갔다하거나 선거 때마다 보이는 분도 꽤 있다.

가혹한 것 같지만 선거에 출마하려는 분들께 피구공까지 안 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금방 고칠 수 있는 계찰의 마음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또 그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하다못해 부모께 효도하고, 가족형제, 친지 간 우애는 돈독하게 다지며 살고 있는지도 한 번 물어봤으면 좋겠다. 이도 저도 아니면서 지역사회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며 나서는 것은 참 꼴사납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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