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18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안강민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국회의원들을 혹평하고 나섰다. 18대 국회가 최악이기 때문에 속이 상한다며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멀쩡한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고도 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속았다는 착잡한 기분이 들고 이상한 인간들로 여기는 사람들이 안 전 중수부장만은 아닐 것이다.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추(醜)한 언행은 물론 범법 행위를 마구 저지르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탄식과 분노를 쏟아내는 국민이 적지 않다. 자신이 했던 공약을 지키려 나름 애를 쓴 의원들도 없지 않지만 18대 국회의원 평균 점수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다. 현역 의원들을 다른 인물들로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란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을 눈앞에서 놓친 대구경북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훨씬 높다. "도대체 의원들은 뭣 하는 사람들이냐?"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훼방을 놓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론이 팽배했다. 자기 할 일을 다했다는 국회의원들의 말이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게 다반사이듯 국회의원들에게 실망하고 분노를 느끼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회 회기가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실망과 분노가 쏟아진 것이 60여 년에 이르는 우리의 국회 의정사(議政史)였다.
4'11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또다시 그네들에게 실망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으려면 잘 뽑는 게 해결책이다. 원론적이며 당연한 얘기지만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유권자 수준이 국회의원 수준을 좌우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은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데 적용할 잣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되는 분위기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잣대는 대구경북에 대한 애정을 꼽을 수 있다. 이 지역을 얼마나 속속들이 알고, 지역 현안이 무엇인지 머리에 꿰는 것은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던질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남부권 신공항이 총선 공약으로 채택될 것이 확실한 상황인 만큼 비단 신공항뿐만 아니라 이 지역을 도약시키는 데 분골쇄신(粉骨碎身)할 수 있는 인물을 국회로 보내는 게 당연하다. 반면 지역 사정에 어둡고 수도권 논리를 지역에다 퍼뜨릴 인물들은 집으로 보내는 게 마땅하다.
그 사람의 지나온 삶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잣대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하는 일도 없지 않지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연장하면 걸어갈 길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사람의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대학이나 직장을 다녔느냐 하는 포장된 경력만을 고려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말과 어떤 일을 했고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를 면밀하게 따져보라는 얘기다.
언행과 인생에서 품격이 묻어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품격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들이 더 이상 국회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들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은 어렵더라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인물들은 의사당에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선택은 항상 사람을 고민하게 한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실현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하나하나의 선택이 모여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차려진 밥상이 볼품없다는 이유로 밥상을 엎어서는 곤란하다. 다시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대구경북의 앞날이 달려 있다. 그렇기에 이번 선택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대현/문화부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