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칠성시장 '방앗간 봉사 아줌마' 이계순 부녀회장

참기름처럼 고소한 인심 "시장상인들 사랑 쏟아져요"

"칠성시장은 내 인생이 녹아 있는 삶의 터전입니다. 여성 상인들과 함께 칠성시장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울 겁니다."

칠성시장에서 30여 년간 참기름 방앗간을 운영하는 이계순(55) 씨. 그녀는 칠성시장 여성 상인들 사이에 고소한 참기름만큼이나 후덕한 인심과 봉사정신이 강한 아줌마로 통한다. 그녀는 참기름을 짜는 힘든 일도 혼자서 척척 잘 해낸다. 하지만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꽃이 가득하다.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는 참기름을 20%가량 저렴하게 팔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 칠성시장 부녀회 회장을 3년째 맡고 있으며 부녀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소외받는 이웃을 보살피고 칠성시장의 각종 행사에 몸을 아끼지 않아 회원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다.

"이달 칠성시장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 행사 때 시장 상인들에게 점심으로 쇠고기 국밥 400여 그릇을 대접했어요. 신천변 공용주차장에 솥을 걸어 밥을 지었고 부녀회원들이 얼마나 살갑게 돕는지 정말 고마웠어요." 이날 밥 제공은 노점상을 포함한 칠성시장 상인 모두가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칠성시장 부녀회는 20년째 정월 대보름에 밥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이 회장은 자랑했다.

"작년에 시장에서 감자, 우엉 등을 파는 60대 할머니에게 무릎 인공연골 수술비 전액을 도와준 게 가장 흐뭇해요."

칠성시장에서 40여 년간 장사를 해온 할머니는 다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했고, 최근 장사까지 어려워지자 종이상자를 모아 파는 등 힘들게 살아야 했다. 이런 사연을 접한 이 회장은 부녀회원들과 뜻을 모아 부녀회 기금으로 수술비 200만원 전액을 지원했다.

칠성시장 부녀회는 연말 칠성시장 청년회가 주관하는 김장나누기 행사에도 노력봉사를 하고 있다. 김치 담그기는 부녀회원들이 돌아가며 동참하고 5일간 무려 1천500포기의 김장을 나누는 행사다. 부녀회원들은 힘든 일을 마다 않고 모두 나선다. 담근 김장김치를 소외계층에 직접 전달하는 일은 덤이다.

"가정의 달인 어버이날에는 식당을 빌려 나이 많으신 상인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도 베풀어주고 있죠.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 꽃도 달아주고 기념품도 전달해요."

경로잔치에는 상인 어르신 200여 명을 초청해 국밥, 떡, 돼지고기, 과일 등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대접한다. 경비는 300만원 정도로 부녀회 회비와 협찬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 이 회장의 노력으로 부녀회는 연말에 칠성동 일대 홀몸노인, 조손가정 등 생활이 어려운 가정 5가구에도 2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작년에는 시장 내 건어물 가게에 화재가 발생했어요. 불이 꺼진 뒤에 부녀회원들이 몸소 나서서 불탄 가게의 청소도 도왔답니다."

여성 상인들은 120여 명이고 회비는 1인당 월 2천원이다. 부녀회는 부족한 기금을 확보, 이웃 사랑을 위해 설명절에는 떡국을, 동짓달에는 팥죽을 파는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봉사, 미소, 베풂'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이 회장은 "앞으로 부녀회 차원에서 장학사업을 펼쳐 소년소녀가장 등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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