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이(가명'10'여)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지난해 합기도 학원을 다닐 때 끔찍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학원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면 미연이를 꼭 챙겼고 아이의 옷을 갈아입혀 주는 척하면서 성추행했다. 선생님의 나쁜 행동은 반 년 가까이 이어졌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미연이가 뒤늦게 엄마에게 털어놔 사실이 알려졌고 가해자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22일은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 갈수록 확산되는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해선 사회의 관심과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대낮'이 더 위험한 아이들
2010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수정이(가명'당시 11)는 같은 학교 남학생(11)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수정이는 이 사실을 학교 선생님에게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선생님은 조숙한 학생들 사이에서 생긴 '애정 다툼' 정도로 여기고 사건을 덮어버렸다. 수정이는 1년 뒤 엄마에게 성폭행 사실을 이야기했다.
2010년 전국 9개 해바라기아동센터에 신고된 만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관련 상담은 총 2천249건이 접수됐다. 대구에서도 관련 상담이 231건 접수됐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1년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아동 성폭력 범죄 중 51.2%(454건)가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 박세라 팀장은 "면식범이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아이가 혼자 있거나, 학교를 마치고 혼자 집에 가는 시간을 노렸다가 범행을 저지른다"며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함께 있는 밤시간보다 혼자 있는 낮시간이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교육이 예방의 기초
전문가들은 성폭행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0년 아동 성범죄자 중 27.6%가 이웃이나 친족, 지인, 친구 등 피해 아동과 안면이 있는 사람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해바라기아동센터 심보영 부소장은 "친한 사람들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처음 겪는 아이들은 이것이 일반적인 관계와 행동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동화책을 활용해 성에 대해 개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의 성폭행 사고를 확인한 부모들은 아이를 다그치지 말고 더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부소장은 "아이 앞에서 흥분하거나 화내지 말고 아이가 당시 입은 옷과 소지품을 그대로 착용한 채 경찰이나 관련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성폭행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꼭 설명하고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 문의:영남권역 해바라기아동센터 080-421-2119, 053) 421-1375.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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