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97)달서구청 기획조정실 석정가든 한우전문집

가시오가피 장아찌에 싼 육즙 뚝뚝 갈빗살 감동

모든 것이 궁핍했던 시절, 음식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우리는 요즘 '유례없이 풍성한 식탁'을 대하고 있다. 이젠 음식을 만드는 것도, 음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수준 높은 취미생활로 승화되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 기획조정실 배봉호 실장과 직원들은 한우전문집 '석정가든'의 음식을 즐긴다. '음식에서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달서구 월성동에는 한옥풍의 '석정가든'이 있다. 한우고기 전문집이다. 널찍한 주차장을 지나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구수한 한우냄새가 배어 있다. 오랜 경륜의 향기다. 소문난 음식점은 음식 맛은 기본이고 상차림, 그리고 주인의 정성, 주인의 친절함 등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다. 석정가든의 장점은 음식을 먹는 동안 한결같이 '편안하다'는 느낌이다. 손님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명품식당의 주요 덕목에 속한다. 석정가든은 상에 올리는 반찬을 보는 순간, 손님을 대하는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큼지막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내는 물김치는 사시사철 한결같다. 시원한 그 맛은 감동을 주는 마력이 있다. 이뿐 아니다. 수십 가지의 다양한 장아찌가 한우의 맛을 높여주는 주인공이다. 영양 일월산에서 난 가시오가피와 어수리나물, 울릉도 명이나물, 6년근 인삼 등으로 만든 수십 가지의 장아찌는 이곳 남정희 대표의 손맛이 담겨있다. 남 대표는 매년 5, 6월이면 장아찌 만들기에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매실 원액으로 담가 짜지 않고 재료의 원 맛을 잘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손님상에는 항상 7가지의 장아찌를 계절별로 돌아가면서 낸다. 제철 채소의 겉절이도 신선하다. 요즘엔 사위도 안 준다는 초벌 부추가 입맛을 유혹한다.

달서구청 배봉호 기획조정실장은 "한결같이 정갈하면서도 심심하게 맛을 낸 반찬에다 5년 이상 숙성시킨 된장 맛은 단골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단언한다. 음식은 은근한 정이 느껴지는 방짜유기에 담아낸다. 본격적으로 고기 맛을 볼 차례다. 참숯불 석쇠구이는 한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불변의 진리다. 마블링이 고루 퍼진 분홍색 갈빗살이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순간 입안에 침이 솟아난다.

남 대표는 "살짝 구워 장아찌에 싸 먹으면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육즙이 자글자글 솟아난 갈빗살 한 점을 가시오가피잎 장아찌에 싸 먹으니 입속이 황홀해진다. 결코, 뿌리칠 수 없는 매력적인 감칠맛에다 한약재 냄새가 살짝 밴 장아찌는 환상의 궁합이다. 달서구청 정창식 기획팀장은 "한우구이를 즐긴 후 마지막에 먹는 된장 맛은 최고"라며 "고향 집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김기언 정책개발팀장도 "언제나 시원한 물김치와 다양한 맛을 내는 장아찌는 주인의 깊은 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심태희 주무관과 천지영 주무관은 "모든 음식이 부담없이 편안한 맛이 난다"고 말한다.

공보팀 황인경 주무관도 "고기맛도 좋지만, 한결같이 웰빙 음식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는 집"이라고 표현한다. 한우구이로 배를 불렸지만, 배봉호 실장은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된장 맛을 보고 마무리해야 한다"고 권한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는 5년 이상 숙성한 된장으로 만든다. 싱싱한 나물로 비빔밥을 만들어 깊은맛의 된장찌개와 함께하니 천하의 별미다. 시원한 물김치 속 무를 한입 베물면 입안이 깔끔해진다. 한우갈빗살 1인분(110g) 1만6천원, 안창살과 갈비 본살, 명품 고기(110g)는 각 2만2천원, 된장찌개 6천원. 예약은 053)636-6000.

##추천 메뉴-된장찌개

"이게 5년 숙성된 된장입니다. 된장은 오래 묵을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서서히 흑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음식에 남다른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는 김창석'남정희 씨 부부 대표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장독대다. 도심 속에서는 보기 드물게 식당 옆에 60여 개의 큼지막한 장독이 옹기종기 어울려 있다. 독 속에는 된장과 간장이 수년째 은근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다. 석정가든의 된장찌개는 이곳에서 5년 이상 묵은 된장으로 끓인다. 간수를 충분히 뺀 소금으로 장을 담가 결코 짜지 않고 은근한 고향의 맛을 낸다. 방짜유기에 신선한 채소와 함께 쓱쓱 비빔밥을 만들어 된장찌개와 함께하면 '천하일미'가 무슨 맛인지 경험하게 된다.

이홍섭기자 사진'이채근기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