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현 전 대구 서구청장 측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은 마치 '연예인 X파일'을 방불케 한다. 문건에는 7급 이상 주요 부서 직원들의 성격과 대인관계는 물론 개인부채와 가정사, 구청장에게 협조적인지 여부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인사권을 무기로 입맛에 맞게 공무원들을 배치한 뒤 선거에 이용하는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공무원을 선거 도구로 평가
해당 문건이 꼽은 핵심부서는 기획조정실과 행정지원과, 공보전산과, 주민생활지원과 및 각 동 주민센터 등이다.
구 예산과 감사, 정책, 공무원단체, 대외 홍보, 주민 복지, 행정민원 등 구 정책 방향과 주민 여론 형성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서들이다.
문건에는 업무능력이나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 사법기관 등의 정보 수집에 능한 이를 중하게 쓰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평가 내용은 근무 경력과 성격, 부서 장악 능력, 직원 평판 등 정상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금전 문제 여부와 알코올 중독, 여성 문제까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문건 작성자의 사견이 깊게 개입될 수밖에 없다.
악평을 받은 모 간부직원의 경우 '금전 문제로 직원들이 거부하고 대인관계가 나쁘며 상급자에게 아부를 하고 가정환경이 어렵다'는 평이 내려졌다.
또 다른 간부직원의 경우 '전임 구청장과 전'현임 부구청장, 국장의 총애를 받아 빠르게 성장했지만 심성이 갖춰져 있지 않고 세력을 형성해 구청 내에서 위화감을 조성하며 자기를 따르는 사람 위주로 편애한다'는 내용과 함께 '인사 관련 부서에서 근무할 당시 금전을 요구했으며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위험인물'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동 주민센터 직원들 수족으로 배치
해당 문건에는 동 주민센터 동장을 선거 1년 전까지 협조적인 인물들로 배치해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특히 동 장악 능력을 감안해 핵심 요원을 승진배치하고 행정민원담당과 주민생활지원담당을 선별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잡혀 있다. 일부 동장의 경우 특정 구의원과 가깝다거나 성격이 원만해 퇴직 후에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각 동 주민센터 담당자들의 경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향후 불필요' '향후 필요' 등으로 분류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대부분 구청장에게 협조적이고 대인 관계가 좋은 직원들을 '필요'로 분류했다.
6급 담당자들의 경우 충성할 수 있는 직원을 발탁 기준으로 삼았다. 평가 결과에는 '매사에 적극적이나 시야가 좁음' '성격이 원만함' 등 무난한 내용도 있었지만 '충성할 수 있는 자임' '사적 생활질서가 문란했음' '상급 간부들과 잘 어울리지만 동료 직원들에 소홀함' 등의 평가도 즐비했다.
심지어 '징계받은 자이나 향후 필요한 자임' 등 물의를 일으켰더라도 선거에 도움이 되면 중용하겠다는 행태를 보였다. 업무추진비를 횡령해 검찰에 기소된 전직 부구청장 사건에서 사업비를 공개했다며 '특별 관리가 요구된다'고 밝혀 정상적인 업무를 한 직원까지 악의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7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도 비협조적일 경우 과감하게 교체할 계획도 담았다. 일부 직원들은 서중현 전 구청장의 팬카페에 가입한 사실도 포함돼 있다. 한 직원의 경우 인사 청탁으로 배치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직원도 있었다. 전'현직 노조위원장들은 성격이 이기적이며 대인관계가 나빠 직원들이 싫어한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서중현 전 서구청장은 "2008년 보궐 선거에서 구청장에 당선된 직후 문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에 수많은 공무원들의 성향과 능력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느냐"며 "문건은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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