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을 담아주던
까만 비닐봉지를 머리에 푹 뒤집어 쓴 할머니
절뚝거리며
식당으로 쑥 들어오더니
온장고에서 공기밥을 꺼내
난로의 펄펄 끓는 주전자 물을 말아먹는다
빗물이 묻은 손으로
주머니에서 슬쩍
봄똥 잎새 두 개, 청양고추 두 개를 꺼내
오물오물 섞어 먹는다
식당 건너편 모서리
좌판도 없는 노상에서
야채를 파시는 할머니
찬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천 원짜리 저녁을 먹는다
-참말로 밥이 따스하니 맛있스라잉
어둠 한 공기를 재게 먹고
할머니는 꼬깃꼬깃 천원을 내밀며
공짜 커피를 뽑는다
후루루 뜨거움을 단숨에 목구멍에 붓는다
뜨거움을 저렇게 잘 드시다니!
그 옆 테이블에서
선지해장국에 빨간 참이슬을 마시고 있던 나는
놀랍고, 눈동자가 뜨거웠다
차디 찬 겨울비가 점점 굵게 후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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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장인수 시인의 작품입니다. 천 원짜리 식사를 하는 노변 야채 장사 할머니의 모습을 덤덤하게 그려 감동이 더 진해지네요. 식사비가 아까워 밥 한 공기로 끼니를 때우는 할머니가 "참말로 밥이 따스하니 맛있스라잉" 하고 말할 때, 할머니가 드시는 밥이 왜 그리 위대해보이고, 우리의 밥은 왜 이리 초라해지는지요.
일찍이 동학의 해월 선생님은 '밥 한 그릇이 만사지(萬事知)'라 하셨지요. 밥 한 그릇을 먹는 데 온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밥 한 공기도 그 따스함을 들어 고마워할 줄 아는 할머니가 온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이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성자께서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오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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