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심에 위치한 전통 골목이 젊은 세대의 습격을 받고 있다. '노인들의 천국'이라 불렸던 향촌'대안동 일대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젊은 미식가들로 북적이고 있으며 종로 골목 역시 골목투어와 대형 백화점의 등장 등으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젊은이의 거리로 변신했다.
이곳의 전통 맛집들은 예전에 기성세대의 입맛을 돋우었던 곳으로 40'50대 직장인 또는 60'70대 노인들이 고객의 주를 이뤘으나, 이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으면서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반주를 걸치면서 식사를 하던 곳이 이제는 젊은 세대들이 점심시간뿐 아니라 오후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달라진 풍경은 이곳에 있는 식당 또는 술집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손님이 늘어나고 매상이 오르다 보니, 자연스레 맛이 깔끔해지고 위생도 한결 더 청결해졌다. 또 젊은 세대를 위한 퓨전 메뉴를 개발하는 식당도 생겨나고 있으며,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해서 영업을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젊은이들의 습격이 시작된 대구시내 전통 중심가를 한번 들여다봤다.
◆신세대 맛집 블로거들의 습격, 붐비는 향촌동
신세대 맛집 블로거들은 많이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식당을 찾아 다닌다. 이 블로거들의 주 역할은 가격 대비 맛이 좋은 음식점을 찾아 블로그에 올리고 소개하는 것이다. 이들은 전국의 맛집들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맛을 평가하고 위생상태,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상세 정보도 올린다. 특히 파워블로거들이 특정 식당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면 그 식당은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갑자기 붐비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구의 맛집 블로거들이 주목하는 곳이 향촌동 일대 식당들이다. 이곳 식당들은 그동안 대구의 어르신들에게 값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제공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또 수십 년 동안 한 가지 메뉴로만 경쟁, 입소문을 통해서 알려진 곳이 많았다.
불과 3, 4년 전부터 이곳 향촌동 일대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점심시간 식당에 가보면 젊은이들이 대거 진을 치고 앉아서 흥겨운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는 것. '짱똘 아빠'로 불리는 한 블로거는 향촌동 일대의 맛집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상세하게 식당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블로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진하디 진한 국물맛이 일품인 '마산 설렁탕'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인 '씨락 육국수'가 있는 '마산식당' ▷30년 가까이 한결같이 국수만 말아낸 '상주 전통 칼국수' 등 맛집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이런 젊은 세대의 블로거들은 향촌동 일대의 보석 같은 식당들을 찾아내는 것이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이 때문에 서로 앞다퉈 인터넷에 향촌동 일대의 식당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를 본 젊은 세대들은 줄지어 향촌동 일대의 식당들을 습격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음식 마니아들은 대구의 2대 설렁탕집으로 향촌'대안동 일대의 마산 설렁탕과 부산 설렁탕을 꼽는다. '부산설렁탕'은 뼈를 위주로 곤 맑은 국물이라면 '마산설렁탕'은 고기 냄새가 강하고, 고기 특유의 풍취가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산설렁탕 주인은 "불과 수년 전부터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며 "젊은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맛에 대해 평가하고, 주변에 추천을 하다 보니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먼 곳에서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의 거리로 변모, 종로 골목
종로 골목의 주축 세력은 이제 바뀌었다. 어르신들의 천국에서 젊은 세대도 함께 즐기는 문화의 거리로 바뀌면서 점심'저녁 시간이 되면 오히려 젊은 직장인들이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젊은이들로 붐비는 곳이 되어 버렸다. 10년 전에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풍경들도 펼쳐지고 있다. 종로 골목 일대의 제법 알려진 식당에는 점심시간 전부터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적잖게 펼쳐진다.
종로 골목에 위치한 육국수 전문식당인 '진골목 식당'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찾고 있다.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민형(35) 씨는 "종로 골목 일대에 맛집들이 너무 많아서 매주 수요일이면 직장 선'후배 동료들과 맛집 탐방 모임을 갖고 있다"며 "줄서서 먹는 게맛 전통 칼국수집, 백반이 맛있는 '시골밥상'''이모밥상' 등 아직도 가볼 곳이 많다"고 즐거워했다.
대구의 차이나 골목으로도 알려진 이곳 일대 중국집들도 찾아드는 젊은 손님들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천안성'을 비롯해 짬뽕으로 유명한 '복해반점', 진교스와 각종 만두로 유명한 '영생덕' 그리고 만두집으로 잘 알려진 '태산만두' 등에는 젊은이들의 점심 천국이 돼 버렸다.
돈까스와 모밀국수로 유명한 일본 전통식 식당 '신주쿠'와 유부초밥'오뎅 전골 등으로 유명한 '종로초밥' 역시 예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몇몇 테이블에 노인들이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 시작 전에 이미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구 종로호텔 일대는 저녁 시간이 되면 아예 젊은이들의 유흥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주변에 막창, 치킨, 족발, 조계찜 등 각종 메뉴의 술집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저녁식사 해결과 동시에 술자리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 젊은 세대의 모임장소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모든 세대가 어우러진 전통 맛집들
대구 옛 중심가 일대에는 전통 맛집들이 많아 식사시간이 되면 사람들로 늘 붐빈다. 메뉴도 다양해 특정 음식을 먹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면 된다. 예전에는 노인들이나 직장인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이제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타지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계산성당 인근에 위치한 '서영홍합밥' '안빛고을' '성내식당' 등은 점심시간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인기 식당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서영홍합밥은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점심 때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까지 나타나고 있다. 웰빙 바람과 더불어 음식 맛이 깔끔한 탓에 젊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다.
서영홍합밥 주인 김성만 씨는 "대구 근대 골목투어와 현대백화점이 생기면서 이곳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며 "젊은 세대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찾는 손님들도 많아져, 이들이 맛있게 먹고 갈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성네거리 인근에 위치한 유명한 냉면집인 '대동면옥' 역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점심시간에 줄을 선다. 정오 시간 때 쯤이면 10분 이상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자신의 차례가 찾아온다. 이곳 식당의 점심 풍경은 10대부터 80대 까지 어울려 먹는데는 세대 간의 구분이 없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대구제일교회 인근에 위치한 전통 한정식집인 '진주집'은 예전에는 아예 대구의 단체장이나 유력 인사들의 점심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2만원 정도의 음식값을 내고 정갈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맛집으로 재탄생했다. 대구시내 중심가 일대의 전통 맛집들은 지금 젊은 세대들의 습격으로 행복한 몸살을 앓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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