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잉." 지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뭐지?' 동영상 메시지였다. 난 지인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이거 놀래키는 이상한 동영상이지?" " 아니야. 너 보고 나면 좋아할 걸" "정말?" 난 미심쩍어하면서도 그 말에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여자 선배도 같이 보기 시작했다.
동영상이 시작되고 화면에 외국의 낯선 거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한 남자가 돌계단 아래에 박스를 펼치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이따금씩 돌리곤 했다. 그의 앞에 작은 깡통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의 옆 작은 박스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맹인입니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깡통을 내민 맹인에게 사람들은 가끔씩 한 닢의 동전을 떨어트려 주었다. 맹인은 손을 더듬어 떨어진 동전을 찾아 깡통에 넣는다. "땡그랑." 그 소리 또한 차갑게 들린다. 깡통이 비어 있음을 얘기해준다. 그는 그냥 그렇게 차가운 바닥에 앉아 떨어지는 동전을 기다린다.
그때 한 여인이 그의 앞을 지나치다 다시 돌아왔다. 그리곤 '나는 맹인입니다'라고 적혀진 박스 앞에 앉는다. 여자는 자신의 가방에서 매직을 꺼내 그 박스에 무엇인가 적기 시작했다. 맹인은 손을 더듬어 그녀의 구두를 만졌다. 여자는 매직으로 무언가를 적은 뒤 동전은 주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맹인은 다시 지나가는 이의 동전을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동전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맹인의 손은 쉴 새가 없었고 그의 깡통은 턱없이 작기만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한 사람이 맹인 앞에 섰다. 맹인은 손을 더듬어 그 사람의 발을 만졌다. 그녀의 구두였다. 그는 물었다. " 도대체 당신은 나의 박스에 뭐라고 적은 거요?" 그녀가 말했다 "다른 말이지만 같은 뜻이에요." 그리고 그녀는 다시 사라졌다. 처음 박스에 적혀 있던 '나는 맹인입니다'의 글은 이렇게 변해 있었다. '아름다운 날입니다. 하지만 나는 보지 못합니다.'
마지막 그 글귀가 화면에 비치면서 우리는 가슴을 먹어버린 그 감동에 아무 말을 못했다.
'난 맹인입니다'라는 글은 아무런 감동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날입니다. 하지만 나는 보지 못합니다'라는 글귀로 그 사람은 정말 그 아름다운 날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슴 아픈 사람임을 그 거리의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여지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 영상에서 보여준 말의 변화처럼, 다르게 보고 값지게 표현한다면 나의 하루는, 그리고 내 주변은 아마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변화되어 있을 것 같다.
김하나 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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