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 이외수 문학관 개관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이외수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소설가 이외수 의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의 한 구절이다. "이외수의 사색상자"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작가는 복잡한 세상사에 지친 현대인에게 삶의 현장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잠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했다.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글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던 그가 최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 위치한 감성마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열고 독자들의 '힐링'을 위한 직접적인 소통강화에 몸을 던졌다.
개관 소식을 접하고 기자가 휴가를 내어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눈부시도록 맑은 햇살과 입추가 지났음을 알리는 높은 구름이 오래간만의 외출을 축하했다.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에서 내렸다. 춘천에서 화천은 약 1시간 거리. 기자가 5년 전 찾았을 때와는 달리 화천으로 가는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어 승용차로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다목리에 들어서자 감성마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이색적인 표지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좌회전을 알리는 새의 부리, 우회전을 알리는 물고기의 아가리가 닫혀있던 감성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트위터계의 간달프 작가 이외수의 문학인생을 총망라한 문학관에 대한 첫 느낌은 '과연 이외수 답다'라는 표현으로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8월 12일 문을 연 이외수 문학관은 연면적 1243㎡로 전시관과 영상실, 수장고, 퍼포먼스 공간, 중앙 정원 등이 들어서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이외수 작가 스스로를 글 감옥에 가뒀던 철창이 관람객들을 처음으로 맞이하며 치열했던 그의 작품인생 속으로 안내한다. 이어 그가 집필한 책의 초판본 100여권이 전시돼 작가의 작품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외수 작가의 활약에 관람객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잠시 쉬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문학관은 어느새 서재로 변신한다.
중앙공원 넘어 보이는 산과 이외수 작가를 벼로 착각하는 메뚜기를 배경으로 한 창을 두고 자음과 모음으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거나 기대서서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늘 쫒기기만 해왔던 스스로의 뇌에 호사를 누리게 해 줄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작가의 작품을 탐닉한 후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그의 집필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원고에서부터 타자기에 이은 맥 컴퓨터까지 글쓰기의 동반자였던 집필 도구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소설가 이외수의 문학 세계를 한번 둘러 봤다면 다음으로는 이외수 갤러리로서의 문학관을 둘러볼 차례다. 문학관에는 작가가 글쓰기 다음으로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예술 장르인 그림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가 젊었을 때 주로 작업한 후 그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문학관 개관을 기념해 처음으로 공개한 서양화 작품부터 틈틈이 그려온 선화들이 문학 작품 사이사이에 적절히 배치되어 감성의 균형을 맞춰준다.
이쯤되면 '기인', '한국 문단의 아웃사이더'라는 표현보다 '멀티형 예술가'라고 불러야 할까? 이외수 문학관의 세련되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 연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배경음악. 그가 문학관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학관 전체 공간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는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는 잔잔한 평온함을 가져다주고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상큼한 봄 내음을 전해주는 '멀티형 예술가'가 만든 '멀티형 배경음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을 둘러본 후 기자는 '드디어 이외수 작가가 그토록 원했던 '감성의 멍석'이 제대로 깔렸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감성의 멍석'에서 제대로 한바탕 놀아보기 위해 그는 문학관 개관과 함께 지난 작가 인생동안 함께 해왔던 주침야활(晝寢夜活) 생활과도 이별 했다. 문학관을 찾는 이들을 만나 안내하고 사진도 찍는 등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곳저곳에서 '힐링'을 위해 찾아온 독자들이 작가와 함께 어울어져 춤을 추고 노래하고, 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찾아왔지만 이성의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이외수 작가는 "각성된 이성을 잠시 누그러뜨리고 오감을 새롭게 깨워 인간과 인간의 소통이 아닌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자유롭고 창조적 감성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감성마을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라며 "문학관 개관을 시작으로 세계 유일의 '감성체험장'을 만들어 이성과 성적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마음이 따뜻하고 감성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