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식처럼 키운 사과나무 1천그루가 뿌리째 뽑혀

의성 농장주 김희팔씨 망연자실

의성 점곡면 서변리에서 사과농 김희팔 씨가 사과나무 1천여 그루가 몽땅 쓰러진 과수원에서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의성 점곡면 서변리에서 사과농 김희팔 씨가 사과나무 1천여 그루가 몽땅 쓰러진 과수원에서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자식같이 키운 사과나무 1천 그루가 몽땅 쓰러지고 부러졌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합니다."

제16호 태풍 '산바'가 대구경북을 관통하면서 의성 점곡'옥산면 일대 과수단지에 엄청난 생채기를 남겼다.

18일 의성의 사과 주산지인 점곡면 서변리. 사과농 김희팔(58) 씨는 1천여 그루의 사과나무가 몽땅 쓰러진 과수원을 보고 할 말을 잃은 듯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김 씨는 5년 전 8천250㎡의 땅에 사과나무 1년생 1천여 그루를 심었다.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피땀 흘려 과수원을 일궜고, 작년부터는 조금씩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그런대로 굵은 열매를 맺었는데,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한 두 차례의 태풍도 비껴가 기대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17일 경북을 강타한 태풍 산바에는 속수무책이었다. 5년간 애지중지 키운 사과나무는 몽땅 쓰러지고 과수원은 쑥대밭이 됐다. 쓰러진 나무도 대부분 뿌리째 뽑히거나, 뿌리 윗부분이 부러져 사과나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물론 나무에 매달린 사과 500여 상자(20㎏ 기준)도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려 겨우 주스용으로만 활용 가능하다. 수확을 한 달여 앞두고 이 같은 변을 당한 김 씨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씨는 "사과는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뽑히고 부러진 사과나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하늘만 원망할 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의성지역 대다수 과수 농가들은 낙과 등만을 고려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나무보상특약'은 가입하지 않아 뽑히고 부러진 나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권기창 새의성농협 조합장은 "과수 농가들이 대다수 농작물재해보험에는 가입하고 있으나, 추가 보험료 부담을 의식해 사과나무 특약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며 "과수 농가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사과나무 특약 등을 없애고 재해보험을 일원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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