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근함 한 코, 상상력 두 코…돌아온 뜨개질의 계절

대백프라자 문화센터에서 뜨개질 강의를 맡고 있는 정민혜 강사.
대백프라자 문화센터에서 뜨개질 강의를 맡고 있는 정민혜 강사.

바야흐로 두툼한 털실의 계절이 돌아왔다.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털이 북슬북슬한 털실로 짠 니트(knit) 제품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시기가 된 것. 뜨개질은 '따뜻함'의 대명사로 꼽힌다. 뜨개질로 손수 뜬 조끼나 스웨터, 장갑 등에는 사랑의 마음이 담뿍 담겨있다.

◆사랑을 담은 뜨개질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세이브더 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이 시작된다. 이 캠페인은 2007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23만여 명이 참가해 모두 56만 개의 모자가 네팔과 방글라데시'잠비아 등 9개 나라에 전달됐다. 모자뜨기 키트 판매금 전액 약 37억원도 모자 전달국인 말리와 니제르'에티오피아'잠비아'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예방접종, 보건요원 교육 등의 보건영양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손수 모자를 뜨면서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마음도 담고 기금도 모으는 대표적인 국내 참여형 기부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역사적으로 보아 사람들이 편물 의류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비슷한 모양의 니트 스웨터는 14세기 북유럽의 항구지역 여인들에게서 부터다. 어부들이 쓰는 어망에서 아이디어를 따왔을 법한 당시의 니트 스웨터는 북해의 습하고 차가운 바람을 잘 막아줬고, 여인들은 바다로 나간 남편이나 자식, 혹은 연인을 생각하며 스웨터에 로프나 닻의 모양으로 짜 넣기도 했다.

니트의 특징은 만든 사람의 마음과 체온이 베어있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훈훈한 느낌을 전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한 코 한 코 손으로 작업이 이뤄지다보니 작품이 만들어지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제품과는 달리 '수제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친밀감이 담기게 된다. 더구나 포근한 느낌의 털실은 옛날 엄마가 손수 떠주던 스웨터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물건이기도 하다.

흔히 뜨개질 하면 목도리나 스웨터, 장갑 등을 떠올리지만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이다. 상상하는 대로 무한대의 변신이 가능한 것이 바로 뜨개질만의 장점이기 때문. 최근 유행하는 볼레로나 겨울철 값비싼 반코트 등도 뜨개질을 통해 만들어 볼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다양한 변신도 가능하다. 핸드폰 케이스나 커튼, 방석 등을 비롯해 티슈 케이스, 꽃병 감싸개, 탁자보 등 일상 생활의 모든 것들을 만들 수 있다. 겨울철 실내 분위기가 한결 따끈하게 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올 겨울엔 뜨개질 한 번 해볼까?

실에 따라 뜨는 방식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뜨개질에는 알 수 없는 매력이 배어있다. 모든 것을 표준화해 차가운 기계 속에서 빠르게 대량 생산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작업인 뜨개질은 인간의 따스함을 품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은 뜨개질에는 세 가지 맛이 있다고 말한다. 한 코 한 코 짜내려 가는 '손맛'과 차츰차츰 형태를 갖춰가는 기쁨을 누리는 '보는 맛', 완성된 작품을 직접 '입히는 맛'이 그것이다. 대백프라자 문화센터에서 뜨개질 강의를 맡고 있는 정민혜 강사는 "몇 날을 고생해 완성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볼 때는 엄청난 환희를 느끼며, 자신이 만든 옷이나 액세서리를 다른 사람이 입고 기뻐할 때의 행복감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뜨개질을 시작하려면 바늘과 패턴, 실을 우선 장만해야 한다. 서문시장을 비롯해 전통시장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뜨개질 전문점 등에서 자재를 구매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 각종 뜨개질 용품과 부자재를 팔고 있다. 가게에서는 뜨개질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또 인터넷에서는 뜨개질 방법을 알려주는 CD까지 패키지로 파는 곳이 많으며, 유투브 등을 통한 동영상을 통해서도 쉽게 뜨개질법을 배울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실을 구매할 때는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털실은 보통 100∼80%대의 순모제품들이 대다수. 정 강사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나 따뜻함을 위해서는 천연모가 훨씬 좋다. 가급적 촉감을 직접 확인하고 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 개의 완성품을 뜨는 데 드는 비용은 실의 종류와 완성품의 사이즈 등에 따라 천차만별. 대체로 스웨터는 5만∼10만원, 목도리는 3만∼5만원, 모자는 3만원 정도의 실 값이 든다. 초보자도 일주일이면 목도리 정도는 가뿐하게 만들 수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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