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똥꼬가 왜 아프지? 동화 속 호랑이에 물어보세요"

'소아항문질환 예방' 의학동화 펴낸 외과전문의 노성균 씨

"어려서부터 대장항문질환에 관심을 갖고 관리를 잘한다면 커서도 병원에 올 일은 없을 겁니다. 항문병은 더 이상 부끄러워해야 할 질병이 아니며 생활습관을 통한 적절한 관리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이야기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치료만 하는 병원이 아니라 계몽하는 병원으로의 탈바꿈을 취지로 소아변비와 소아항문질환 개선에 도움을 주고자 '하마의사의 건강벨트 시리즈'라는 의학동화 3권과 DVD를 출간한 외과전문의 노성균(51) 원장. 그가 지은 동화는 패스트푸드의 범람으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어린이 항문 질환에 대한 예방 홍보임과 동시에 20여 년간 진료실에서 느낀 항문병 조기교육인 셈이다.

"자동차에 안전벨트가 중요하듯 질병에도 예방을 위한 건강벨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동화를 썼습니다. 3, 4년 전부터 7세 미만 어린이들이 항문위생 부재와 편식에 따른 변비가 늘면서 항문질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변비로 인한 치열이 가장 많고 항문농양(종기), 항문소양증, 치핵(치질)도 뒤를 잇고 있어요."

시리즈는 ▷사자왕은 고기가 왜 싫어졌을까 ▷원숭이는 엉덩이가 왜 예뻐졌을까 ▷호랑이는 똥꼬가 왜 아팠을까 3권이며 각 권은 육식 위주의 서구화된 먹거리 위험성, 올바른 좌욕법의 생활화, 변비의 원인이 되는 편식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각 권 말미엔 '개똥이 엄마'란 편지글을 통해 부모에게 전문의의 조언을 곁들였다.

"항문병 관련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실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며 교육 자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지요. 이에 소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1년의 공을 들여 우선 전래동화를 각색해 재미있게 꾸몄습니다."

책이 출간된 지 한 달이 채 안됐지만 병원 환자들과 외부강좌를 통해 배부한 결과 반응은 의외로 고무적이었다는 게 노 원장의 귀띔이다. 실제로 어머니가 읽어준 의학동화를 듣고 편식을 경계하는가 하면 좌욕을 자청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노 원장에 의하면 최근 비데가 일반화되고 있는데 오히려 비데가 변실금 등 항문질환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비데보다는 따뜻한 물에 좌욕하는 것이 항문질환 예방의 지름길이라는 것.

"소아항문질환은 조금만 신경 쓰고 미리 대처한다면 치료가 훨씬 쉽고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대장 관련 암도 예방할 수 있어 시간과 경제적인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노 원장은 또 10년 넘게 매월 15일을 '항문 독립의 날'로 정해 환자와 어린이들에게 자체개발한 소아용 좌욕기 등을 무료 배부해 오기도 했다. 그는 이번 시리즈에 이어 성인용 교육책자도 출간할 예정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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