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났는데 "경보 잘못 울린 것"

현대백화점 또 불, 대피방송도 늦어 고객 당황

11일 현대백화점 대구점 7층 외벽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피한 고객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화재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이화섭기자
11일 현대백화점 대구점 7층 외벽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피한 고객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화재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이화섭기자

2년 전 불이 났던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또다시 화재가 발생, 화재 예방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불이 난 뒤 한참 지나서 안내방송이 나오는 등 '고객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난과 함께 안전 불감증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이날 화재는 지난 2월 동아쇼핑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5개월 만에 난 화재여서 시민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11일 오후 7시 45분쯤 대구 중구 계산동 2가 현대백화점 대구점 7층 외벽 미디어 파사드 일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가 15분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백화점에서 쇼핑하던 고객 수백 명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 당국과 현대백화점 측은 "낮의 더위로 뜨거워진 미디어 파사드 내부의 전선과 LED 램프가 오후 7시 30분 미디어 파사드 가동이 시작되면서 과열, 전기 합선으로 이어져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불이 났지만 백화점 측은 화재 대피 방송을 한참 뒤에 한 것으로 확인돼 손님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아이들과 함께 8층 식당가에서 밥을 먹던 중 화재경보가 울렸는데 직원들은 '누가 잘못 건드려서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며 "바깥에 소방차가 온 것을 가리키자 그제야 직원들이 급하게 손님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쇼핑하고 있었다는 한 고객은 "방송은 듣지 못했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가기에 따라나왔다"며 "나와 보니 7층에서 사람들이 긴급하게 대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건물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건물 안에 있던 직원들이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화재 발생 사실을 안 뒤에는 직원들이 손님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완공 이전이던 2011년 5월 19일에도 공사장 8층 외벽과 유리벽 사이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해 백화점 외벽 30㎡를 태우고 2천5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피해를 내기도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키워드

미디어 파사드=건축물 외면을 가리키는 '파사드'(Facade)와 '미디어'(Media)의 복합 단어로, 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건물의 벽면을 디스플레이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화재 일지

▷2011년 5월 19일 신축공사장 8층 외벽과 유리벽 사이에서 불

▷2013년 7월 11일 7층 외벽 미디어 파사드 일부에서 화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