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화살처럼 쏟아지는 여름날, '작품 속으로 떠나는 여름 여행'을 주제로 구상회화 작품전이 대구학생문화센터 e-갤러리에서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여름 여행전'에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여름정서를 담은 작품에서부터 작가 특유의 내면의식이 반영된 작품까지, 편안하게 관조할 수 있는 작품에서부터 작가의 마음 깊은 곳을 엿볼 수 있는 작품까지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는 21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출품한 만큼 대구지역 구상회화의 흐름과 비전을 살펴보는 기회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여작가는 강정행, 곽숙호, 김난희, 김남희, 김연주, 김주영, 박영주, 박옥란, 박정현, 박현규, 배달조, 배상일, 신은경, 양대일, 여무웅, 오정익, 이주형, 장개원, 최순지, 최정학, 황미정 씨 등이다.
배달조 작가의 '夏'(하)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선 콘크리트 슬라브 건물 한 채를 보여준다. 북쪽으로 커다란 창이 나 있지만 유리창은 빠지고 없다. 유리창이 없기에 뻥 뚫려 있기는 한데 바람은 한 점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창 쪽으로 가지를 뻗은 키 작은 나무의 가지가 흔들리지 않고 있으니까.
배달조 작가의 '하'에는 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해가 대지를 태우고 말겠다는 듯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의 자식인 빛이 천지를 숨 막히게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콘크리트 벽채의 낮은 그림자는 이 순간이 한여름의 하루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시간임을 보여준다. 햇빛에 고스란히 노출된 키 작은 풀들은(아마도 바랭이와 강아지풀인 듯한데), 밟고 뜨거운 햇빛을 받다 못해 이제 스스로 태양이 된 듯 빛을 뿜어낸다. 그의 작품 속은 그만큼 뜨겁다.
배상일 작가의 'Sweet'는 빨강과 백(白)이 그어진 사탕, 초록과 백이 그어진 사탕, 연두와 노랑이 그어진 사탕들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한두 번씩 먹어본 적이 있을 법한 커다란 사탕들이다.
이 여름에 저 끈적거리는 사탕이라니!
태양이나 강, 계곡이나 바다, 나무나 풀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사탕으로 작가는 '끈적거리며 달라붙는 여름'을 표현한다.
이주형 작가의 'Tourist'는 여름 어느 날 여행에 나선 여인의 뒷모습을 담았다. 홀로 떠난 여행처럼 보이니 딱히 피서가 목적은 아닌듯하다. 그녀는 벽에 뚫린 구멍(창틀 같다) 안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안은 사실 비어 있다. 그러니 그녀는 그 벽 너머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오래 전 서툴게 지나온 어느 여름날을 더듬고 있을까.
김난희 작가의 '여름이 곧 올 듯한'은 만발한 벚꽃 그림이다. 벚나무 아래에는 이른 봄풀들이 드문드문 돋아나고 있다. 그림 속은 봄의 초입인데 어째서 '여름'이 들어가는 제목을 달았을까. 작가는 뜨거운 대구의 여름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거 봐, 봄의 한가운데서 여름이 곧 올 거라고 내가 말했잖아.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지만 곧 이 여름도 끝이 나고 말 거라고.'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김연주 작가의 '길'은 아름드리 가로수가 늘어선 시골의 비포장길이다. 경운기와 리어카가 자주 다닌 덕분에 길은 두 줄로 나 있다. 양쪽 길섶과 경운기 바퀴가 미치지 않는 길 가운데에는 여름의 억센 풀들이 기세 좋게 자라고 있다. 아마 김연주 작가의 '길'에는 버스나 택시가 다니지 않으리라. 이 염천에 무거운 짐을 들고 이 길을 걸어가야 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우리가 느끼는 더위는 차라리 귀엽다고 해야겠다. '여름 여행전'은 21명의 작가들이 생각하는 각자의 여름 모습이다. 12일, 15일, 26일 휴관. 053)550-7121.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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