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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혈액'이 가르쳐준 '플러스 봉사'…대한적십자 RH- 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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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도 동질감 팍팍…더 아픈 이웃 찾아 돕기 앞장

RH- 피를 가진 대구경북 사람들이 모였다. 이 모임 명칭은
RH- 피를 가진 대구경북 사람들이 모였다. 이 모임 명칭은 'RH- 봉사회'. A형은 'A'자, B형은 '하트', AB형은 '손가락 V', O형은 'O' 자를 그려, 혈액형별 RH-를 표시하고 있다.

"RH-, A-B-O-AB형 모여라!"

피가 부족하면 큰일인 혈액 소수집단 'RH- 봉사회'라는 모임이 있다. 긴급수혈이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이 절실한 이들은 자연스레 각 혈액형별로 4개조(A-B-O-AB형)로 나뉜다. 혈액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더 단합이 잘 되고, 서로의 처지를 더 잘 이해한다.

현재 국내의 RH- 혈액 보유자는 전체의 0.3~0.5% 정도로 15만~2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추정치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혈액형 통계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RH- 혈액 보유자는 보통 서양의 경우에는 10명 중 1명꼴인 10%가량으로 많지만, 동양 특히 한국에서는 극소수다 보니 그 사람들의 모임 역시 희소성이 있어 언론에도 잘 노출되지 않았다. 대구경북에도 RH- 혈액 보유자들의 모임이 있다. 지난달 17, 18일에 있었던 이들만의 '힐링' 하계수련회를 찾았다.

◆'우리는 따뜻한 RH- 사람들'

대구경북혈액원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RH- 봉사회'의 2013년 힐링 하계수련회가 영천 운주산 승마휴양림에서 열렸다. RH- 혈액 보유자들과 그 가족들이 모인 1박 2일 동안의 모임이었다. 행사는 김영길 대구경북혈액원장의 RH- 혈액 관련 특강과 회원들 간의 우의를 다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레크리에이션, 보현산 천문과학관 체험, 임고서원 견학, 승마체험 및 휴양림 산책 등)으로 구성됐다.

칠곡 왜관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RH- 봉사회 김미순 회장(42)은 "소수 혈액으로 맺어진 진한 가족애가 느껴지는 따뜻한 모임으로, 한 번씩 만날 때마다 너무 즐겁다"며 "봉사회는 자체 단합뿐 아니라 매년 어려운 동네를 찾아 연탄 나르는 것을 도와주고, 홀몸노인을 찾아 봉사하는 등 대외 봉사활동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함인국·이종근·김현수 부회장과 안이수 사무국장도 "RH- 봉사회는 음지에서 좋은 일도 많이 하면서, 우리들만의 동질성을 느끼고 있다"며 "혈액 소수자들끼리 모여서 단합하며, 더 아픈 이웃을 돌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환하게 웃었다.

◆RH- 혈액 보유자들 '사연도 제각각'

RH- 혈액 보유자들의 사연은 남달랐다. 40세가 훌쩍 넘어서야 자신이 RH- 혈액 보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연부터, RH- AB형 여성 혈액 보유자가 출산할 때, 혹시 모를 수술(제왕절개 등)에 대비해 며칠 전 자가수혈을 통해 혈액을 저장해 놓은 상태에서 분만을 한 사연, 딸이 RH- 혈액 보유자라는 사실을 알고 겁이 나서 아예 외출을 시키지 않는 부모의 사연 등.

RH- 봉사회의 박훤주(70) 회원은 군 복무 당시에도 그냥 'O형'인 줄 알았다가 불혹의 나이가 넘어 병원에서 하는 혈액검사를 통해 RH-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회원은 "만약 군대에서 잘못 수혈이라도 받았더라면 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불과 30∼40년 전에는 군대에서 RH- 혈액 보유자인 줄 모르고, 수혈을 하다 숨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또 병원에서 RH- 혈액이 없어 긴급수혈을 받지 못하고 숨진 환자들도 있었다.

◆4개 혈액형(A-B-O-AB) 대표들

이 모임은 자연스럽게 혈액형별로 조별 게임을 한다. 따로 조를 나눌 필요가 없다.

RH- A형 대표 윤진숙(39'여'요양보호사) 회원은 자신이 아닌 둘째 딸 고은빈(15) 양이 RH- 혈액 보유자임을 알고, 3년 전 대구경북혈액원의 소개를 받아 이 모임에 가입했다. 윤 씨는 이 모임을 통해 RH- 혈액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한때 외출도 시키지 않았던 딸을 지금은 안심하고 키우고 있다. RH- O형 대표 김창엽(39'소방관) 회원도 자신이 아닌 큰딸 미지(7) 양이 RH- 혈액 보유자임을 알고, 희귀 혈액형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이 모임에 발을 들여놓았다.

RH- B형 대표 김철훈(40'회사원) 회원은 군대에서 헌혈을 하면서, RH-임을 알게 됐다. 김 씨는 "RH-라는 동질감도 있지만 함께 모여서 놀고,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더 좋다"고 자랑스레 얘기했다.

대구경북에서 단 5명만 등록(실제로는 더 있을 수 있음)된 것으로 알려진 RH- AB형 대표인 이덕화(36'주부) 회원은 "RH- 중에서도 더 희귀 혈액 보유자인 RH- AB형끼리는 항상 연락이 가능한 비상연락망이 가동 중이며, 이런 희소성이 큰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RH-'란? RH D형과 d형의 조합 가운데 d/d인자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A형에 AA형과 AO형이 있는 것과 같이 RH 조합 가운데는 D/D형과 D/d형 그리고 d/d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d/d형이 RH-가 된다.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RH 혈액형 검사로는 RH 양성과 음성은 구분할 수 있으나, RH 음성인자 d가 숨겨져 있는 D/d와 RH 음성인자가 없는 D/D를 구분할 수는 없다. 부모가 모두 RH 음성이라면 태어나는 자녀는 모두 RH 음성이 된다. 부모가 양성이라도 D/d형일 경우 자녀 가운데 RH-형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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