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법을 흉기처럼 휘두른 독재자들의 '두 얼굴' 고발

두 얼굴의 헌법/ 김진배 지음/ 폴리티쿠스 펴냄

이 책은 대한민국 헌법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헌법이 겪어온 풍상을 생생히 전달한다. 이 책의 저자가 오랜 기자 생활과 재선의 야당의원 시절 만난 정치인들로부터 직접 듣고 취재한 내용과 국회의사기록을 토대로 하고 있어서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1948년 헌법이 탄생되기까지 우여곡절을 다루며 2장은 1952년 5'26 부산정치 파동과 발췌 개헌을 통해 우리 헌법이 어떠한 수난을 당했는지 알려준다. 3장은 제헌국회 의사당 제헌의원들의 생생한 일상을, 4장은 최근의 주목할 만한 사건들,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제헌국회에 대한 생생한 증언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줌으로써 오늘날 헌법을 지키기 위한 참된 민주주의를 알려주고 있다.

저자 김진배는 1959년 경향신문 수습기자를 시작으로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서 기자, 부장,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11대와 15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01년부터 4년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일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은 '그놈의 헌법, 우리의 헌법'이었다. 실은 '그놈의 헌법'이란 말은 저자가 한 말이 아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사람의 대통령들이 자기가 손수 만든 헌법으로 오래 해 먹기 어렵거나 불편을 느끼자 '그놈의 헌법'이라며 헌신짝처럼 버리고 헌법 같지 않은 이름만의 헌법을 흉기처럼 휘두른 데서 따온 말이다.

논란 끝에 결국 '두 얼굴의 헌법'으로 낙찰됐다. 앞의 제목이 헌법을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도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또한 헌법은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권력자나 가진 자의 흉기가 되기도 하고, 보통사람들의 보호자,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기도 한다는 뜻에서 '두 얼굴의 헌법'이 더 올바른 제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용서도 교양서도 오락서도 아니요, 고상하다거나 심오한 이론서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우리가 '민주공화국'이라는 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고, 누구도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인 시민사회의 기본원칙을 침해당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제는 국민도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키는 노력을 기울여서 권력자들이 반드시 헌법의 정신과 원칙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우리 헌법이 겪어 온 온갖 풍상을 다큐멘터리처럼 엮어서 헌정사의 주요 대목을 손에 잡힐 듯 실감 나게 보여준다"고 추천했다.

451쪽, 2만6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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