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들만의 잔치, 한쪽선 우려감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기세가 대단하다. 마치 블랙홀처럼 국내 주식을 빨아들이고 있다. 외국인들 덕분에 국내 증시는 모처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에게 의존하는 증시 상황에 대해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5년 만에 최장 순매수 기록을 다시 썼다. 외국인들은 17일 코스피시장에서 2천829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35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종전 순매수 기록을 넘어선 것.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998년 1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34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한 바 있다.

바이 코리아 열풍이 계속되면서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35%를 돌파하며 2007년 7월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모으는 이유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저평가 되어 있다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사랑은 깊어지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들이 언제까지 순매수 행진을 이어갈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확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로 꾸준히 유입될 것이다. 신흥국 주식 펀드 내 한국 비중이 여전히 낮은 점도 외국인 매수세 유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리그로 흐르고 있는 현재 증시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순매수 규모가 커질수록 매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매도로 돌아설 경우 국내 증시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실제로 올 6월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치우면서 2,000선에 올라섰던 코스피지수가 1,700선대로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관과 개인의 투자심리 위축도 걸림돌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매입하는 동안 기관과 개인은 꾸준히 국내 주식을 팔았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기관이나 개인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지금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사고 나머지는 매도만 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가지수가 강하게 상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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