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혁신도시 용역, 물품구매 '외지업체 잔치판'

대부분 수도권 업체가 맡아…지역업체 최대한 참여 보장해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용역과 물품구매 등 상당수 사업을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도시, 용역과 물품구매 수도권 집중

혁신도시에 들어서는 주요 이전 공공기관들은 입찰을 통해 수억~수십억원 규모의 용역과 물품구매를 주로 서울과 경기지역의 업체에 맡겼다.

올 9월 이전을 마친 한국감정원은 이전과 관련된 용역과 물품구매액 중 46억3천784만원을 대구경북 이외 지역에 소재한 업체에 낙찰했다. 이 중 서울시에 주소를 둔 업체의 입찰액이 모두 22억2천141만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기도 업체가 18억7천146만원, 인천시 업체가 3억8천740만원 등이었다. 서울경기권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감정원이 대구경북 이외 지역의 업체에 맡긴 사업 중 '사옥 및 기숙사 시설물 유지관리 용역'이 13억5천633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서 '대구사옥 자동제어설비' 6억8천662만원, '구내식당 및 매점 위탁운영' 4억429만원, '대구사옥 공조설비' 3억7천101만원 등의 순을 보였다.

내년에 들어설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혁신도시 이전 기관 중 이전 사업비와 면적, 이전 인원 등에서 가장 큰 규모인 한국가스공사는 올 10월 말 현재까지 49억7천775만원(131억원 규모의 '중앙통제소 원격계측제어설비 구축'은 제외)의 용역 및 물품구매 등을 대구경북 이외 지역의 업체에 낙찰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 소재 업체가 31억8천715만원 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부산시와 경기도 지역 업체가 각각 6억4천927만원과 5억4천252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신용보증기금은 35억500만원 규모의 용역 및 물품구매를 다른 지역에 맡겼는데, 서울시와 경기도 업체가 25억9천만원 , 9억200만원으로, 공조시설을 납품하는 충남도 지역의 한 업체를 제외하곤 수도권 업체가 모두 차지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업체들은 이전 기관들이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의무공동도급을 보장한 건축공사처럼 용역과 물품구매도 지역 업체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지역의 한 공조시설업체 대표는 "공조시설의 경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대부분 조달청을 통해 다른 지역 업체에 맡겼지만 다른 지역의 공조시설 사업 경우 조달청을 통했음에도 '지역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대부분 서울에 소재를 둔 이전기관들이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한 전시업체 대표는 "대구시가 앞장서고 지역의 정치권이 함께 지역 업체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 업체들이 지역의 사업을 독식해 갈수록 지역 업체는 위축되고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업체 최대한 참여 보장"

이전 공공기관들은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거나 대구경북 지역에 해당 업체가 없는 분야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역 업체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 측은 온수가 공급되는 지역난방 형태로 운영되는 혁신도시에는 저온흡수식 냉'난방기 업체가 적격인데 대구경북 지역에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전문 자동화 기술을 요구하는 '자동제어설비'의 경우 해당 기술을 가진 업체가 지역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외에 직원숙소 전기공사(5억6천517만원)와 정보통신공사(5억2천141만원), 사옥 화강석판석 및 경계석(3억440만원), 사옥미술장식품(2억2천700만원), 사옥 무대장치(1억517만원) 등은 대구경북 업체에 맡겼다고 밝혔다.

한국감정원 건축관리단 관계자는 "사옥 발전기 입찰의 경우 해당 조합의 추천을 받는 '지명경쟁'을 했는데 대구지역의 한 업체도 응찰하도록 했지만 해당 업체가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지역의무공동도급 공사 등 이전과 관련한 사업의 절반 가까이를 지역 업체에 맡기는 등 지역에 기여하기 위해 제도 안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공공기관 측은 또 법 규정을 이유로 들고 있다. 입찰 대상을 대구경북 지역의 업체로 강제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2억3천만원 이상의 사업일 경우 조달청에 위탁 입찰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기관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 본점이전추진단 관계자는 "법에 의해 고시금액 이하의 경우 지역제한 등 조건을 붙일 수 있지만 강제성이 있는 의무조항이 아니고, 고시금액 이상의 경우 조달청에 입찰을 맡기기 때문에 결정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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