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순수예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제품 등의 미적'기능적'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하는 행위'로 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나아가 경제, 사회, 문화분야로 영역이 확산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로마시대에도 디자인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어원이 되는 라틴어 데지냐레(designare)는 사물을 가리키거나 표현하는 것, 또는 무엇을 성취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집정관 카이사르 아래에서 건축기사로 활동했던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은 자연의 모방이며, 건축구조는 견고성(firmitas)과 유용성(utilitas), 그리고 심미성(venu stas)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날 디자인산업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2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보고서에 디자인분야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디자인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한 요인으로 인식되었고 선진국들은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디자인 경쟁력을 평가하는 최신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스위스, 일본, 독일 순으로 나타나 제조업 강국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7년 9위에 올랐던 우리나라는 2010년 15위에 그쳐 디자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디자인 경쟁력의 최상위권 국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아니라 독일이라는 점이다. 독일은 경제구조가 기계,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 중심이지만 디자인산업도 최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 바탕에는 바우하우스로 상징되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철학적 사고를 현실화시킨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독일경제의 성장은 잘 알려져 있다. 그 근간에는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가 위기상황에서도 튼튼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디자인 경쟁력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도 있다. 독일의 제품디자인은 견고성과 심미성을 갖추고 있어 'made in Germany'의 국가브랜드를 견인한다. 독일의 수출은 작년 2천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독일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선을 대경권으로 돌려보자. 경북의 수출은 10월 말 현재 446억7천만달러로 전년대비 5.2% 증가하고 있는 반면, 대구는 57억1천만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2.4% 감소하고 있다.
수출부진은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디자인 경쟁력의 약화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겠다. 섬유, 패션, 안경 등의 연관산업의 디자인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첫째, 기능에 바탕을 둔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어떤 형태나 양식도 기능을 떠나서는 생각해 볼 수 없다. 1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새로운 주택건설이 절실했던 독일은 건축자재가 대량으로 필요했다. 당시 바우하우스의 창시자인 그로피우스는 규격화된 벽돌을 세계최초로 만들었고, 각종 건축자재의 표준화를 시도하여 기능에 바탕을 둔 디자인에 성공하여 독일 부흥을 이끌었다.
둘째, 색상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동서남북과 중앙에 기초한 오방색을 건축물에 사용했다. 그러나 1905년 먼셀이 발표하여 국제표준이 된 색채 표에서 어느 색에 해당하는 지가 불분명하다. 색상에 관한 무감각은 4도 인쇄를 넘어서는 8도나 12도의 정밀한 인쇄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다. 디자인은 형태도 중요하지만 색상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셋째,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 gn)은 만들어야 한다. 시장을 선점한 제품디자인은 지속적 사용으로 인해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어 지배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1955년부터 시작되어 50년 이상 전설적으로 지속된 '브라운 디자인'은 지배적 디자인의 좋은 사례가 된다. '작지만 더 좋게'를 모토로 오디오, TV, 주방기구 등 수많은 제품은 오늘날까지도 디자인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70년대 영국의 제조업이 위기에 처하자 대처 총리는 "design or resign(디자인하지 않으면 그만 두라)"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디자인은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대경권의 수출확대와 더불어 창조경제의 실천방안으로 디자인 산업을 꼼꼼히 살펴볼 시점이다.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