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경남 창녕 '우포늪'

넓고 넓은 '생태계 보고', 닿는 곳마다 '생명의 숨결'

10월 어느날, 동호회 언니들이랑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에 갔다. 평소 가보고 싶은 곳이라 며칠 전부터 기대와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우포늪을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탁 트인 경관에 놀랐다. 규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이렇게 경이롭고 아름다운 습지가 있었다니? 살아 있는 자연박물관이었다. 지척에 두고 여태까지 왜 와보지 않았을까 후회가 됐다.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와 세진리, 이방면 안리, 대합면 주매리 일원에 있는 습지로 가로 길이 2.5㎞, 세로 길이 1.6㎞로 담수 면적 2.3㎢를 유지하고 있는 자연 늪지다. 1억4천만 년 전 공룡이 살았던 시기에 만들어져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있는 곳이다. 1997년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되고 1998년 람사르조약에 의해 국제보호습지로 지정되어 보호'관리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쇠물닭, 논병아리 등 텃새와 청둥오리, 쇠오리,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우포늪자연생태관에서는 습지에 서식하는 조류, 어류, 양서류, 포유류 등 야생 동물에 관한 자료와 습지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으며 현장감 넘치는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다.

우포늪은 너무 넓어 짧은 시간에 다 둘러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이 있다. 달리는 길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다른 생명체가 있었다. 볼 것이 너무 많았다. 저 멀리 철새도 보였다. 철새들은 낯선 방문객을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거나 날아가 버렸다.

갈대숲이 있었다. 가을을 맞아 갈대는 너무 아름답게 채색돼 있었다. 갈대 수풀을 다니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다들 카메라 셔트를 누르기 바빴다. 한동안 갈대숲 속에 있었다.

우포늪은 크고 넓었다. 자전거로 둘러보는데만 한참 걸렸다. 여느 저수지나 호수와는 달랐다. 보기 힘든 생물체도 많았고, 눈길을 끄는 것도 너무 많았다. 눈이나 마음속에 담아가야 하는데 너무 많았다. 늪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경이로움까지 주는 그런 늪이었다. 힘들게 온 만큼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많은 공부를 했다.

오후 늦게 점심을 먹고 한 잔의 차로 피로를 풀었다. 오후엔 늪 곳곳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구경했다. 우포늪 전체가 보여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먼 곳에 있는 철새도 관찰했다.

늪은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니다. 사람들에겐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늪은 수많은 동식물을 품에 안고 있는 생명의 땅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은 빼어난 경관으로, 또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이 땅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해 뜰 녘부터 해 질 녘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우포늪의 아름다운 빛깔을 다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TV에서 봤던 우포늪지킴이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우포늪의 놀라운 생명체를 보았다.

정신 없이 우포늪의 경이로움에 빠져있다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우포늪의 경이로움과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하루만에 우포늪을 다 이해하고 담아갈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습지가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여행이었다. 꽃피는 봄날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짧았지만 많은 것을 공부한 하루였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현풍에 들러 진한 국물의 할매곰탕도 먹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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