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딱한 잔만' 했다간 '딱한 처지'…연말 대낮 음주단속 강화

"음주 단속 중입니다. 잠시 협조해 주십시오."

13일 오후 1시 대구 수성구 파동 화성파크뷰 앞 왕복 4차선 도로에서 경찰관 7명이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다. 연말연시를 맞아 낮에도 음주 행위가 많을 것으로 보여 '음주운전 단속은 밤에만 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낮 시간대에 음주운전 단속에 나선 것.

음주단속 시작 30분 만에 한 트럭 운전자에게서 음주 감지기 반응이 나타났다. 경찰은 트럭 운전자에게 차량을 길가에 세우도록 한 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기로 음주 측정을 했다. 이 운전자는 "근처 마을 회관에 어르신들이 권하는 막걸리를 종이컵으로 딱 한 잔만 마셨을 뿐"이라고 항변했고, 실제 혈중알코올농도가 0.023%로 나와 처벌 수치에 미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운전자를 훈방조치했고, 운전자는 "마신 술이라고는 막걸리 딱 한 잔뿐인데도 이렇게 단속될 줄 몰랐다"며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고 했다.

경찰의 낮 시간대 음주단속에도 운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김종열(53'청도군 화양읍) 씨는 "요즘 낮에도 음주운전 단속하는 현장을 자주 보는데 잘하는 일"이라며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혀를 끌끌 차게 된다"고 말했다.

음주단속이 시작된 지 한 시간쯤 흘렀을 때 한 차량이 주춤대며 경찰관 앞에 섰다. 경찰이 음주 감지기를 운전자에게 갖다대며 입김을 불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약하게 부는 바람에 제대로 측정이 되지 않았다. 경찰이 다시 요구하자 이번엔 입김을 좀 더 세게 불었지만 음주 반응이 감지되진 않았다. 그러자 이 운전자는 "왜 바쁜 사람을 잡아놓느냐"며 경찰관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사라졌다.

경찰 관계자는 "낮엔 일행을 태운 차량도 많고 업무 때문에 바쁜 경우가 많다 보니 음주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항의나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밤 시간대 단속보다 훨씬 적은 편"이라며 "하지만 간혹 협조를 잘 안 하는 시민도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이어진 음주단속에서 면허정지 이상에 해당되는 적발은 한 건도 없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달 3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음주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과 식당가 주변 등 음주운전이 빈발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낮에도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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