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시2-등불

- 김진용(대구 중구 동인3가)

음침한 밤, 등불 아래

한 손에 쓰디쓴 칡뿌리 하나 들고

입에 수수 하나 문다

그 등불 하나가, 나를 적나라하게 비춰주건마는

그 불빛 하나가, 그 주변을 온통 적막하게 가리건마는

영문도 모르는 겨울눈 하나가 적막함 속에서

겁 없이 싹 틔워져 나오는구나

아 원통하도다!

그 등불의 따스한 품에 안겨

그 따스함 한껏 머금고 싶고만

그 등불은 그 자리에 멈춰

따스함은커녕 오싹한 냉기만 돌아오는구나

달 밝은 밤, 꺼진 등불 아래

한 손에 쓰디쓴 칡뿌리 하나 들고

입에 수수 하나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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