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두려움'이라는 마음속 저울질을 끝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작은 승리를 얻어낸 자만이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다. 이런 한고비를 넘어야 하는 일이다 보니 도전의 결심을 굳혀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언제 날 수 있나요?"라며 조바심을 낸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누구나 깎아지른 산꼭대기에서 글라이더를 메고 뛰어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일럿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상훈련'을 통과해 이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치 연을 날리듯, 패러글라이더 캐노피(흔히 날개라고 부르는 양력을 받을 수 있게 만든 넓은 천)를 하늘에 띄워 조종하는 법을 배워야 이륙할 수 있다. 이륙법에는 앞으로 뛰면서 캐노피를 들어 올리는 '전방 이륙법'과 뒤로 돌아 캐노피를 바라보며 들어 올린 뒤 다시 앞으로 돌면서 뛰어나가는 '후방 이륙법'이 있다.
지상훈련은 연날리기와 꼭 닮았다. 적당한 바람이 있어야 연이 하늘 높이 떠오를 수 있듯, 캐노피를 공중으로 띄우기 위해서도 바람이 필요하다. 만약 바람이 부족할 때는 사람이 달리는 힘으로 바람을 일으켜야만 한다. 이 때문에 초보자들에게 지상훈련은 마치 고된 노동처럼 육체적으로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륙 준비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캐노피와 파일럿을 연결하는 '산줄'(Suspension Lines)과, 파일럿 쪽에 있는 산줄의 끝 부분을 하나로 묶고 있는 벨트인 '라이저' (Riser) 등을 정돈하는 법과 역할, 그리고 하네스(파일럿이 가방처럼 메고 비행 시 편안하게 앉아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비행의자) 착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는 캐노피를 들어 올리는 방법을 연습하게 된다. 맨 앞에 있는 A라이저를 잡고 힘차게 앞으로 뛰어나가면 연이 떠오르듯 캐노피가 하늘로 '부웅' 솟아오른다.
그리고 난 뒤에는 양 손에 쥔 두 개의 브레이크 라인을 통해 좌, 우 압력을 조절함으로써 캐노피가 공중에 멈춰 선 상태를 유지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브레이크 라인을 너무 깊이 누르면 연이 땅으로 꼬꾸라지듯 캐노피가 추락한다. 좌우로 기울면 기울지 않은 쪽의 브레이크 라인을 당겨 균형을 유지시켜 줘야 한다. 캐노피를 공중에서 유지시키는 것 역시 연날리기의 노하우와 흡사하다. 바람에 맞서지 않고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내줘 더 높이, 오래 날게 하는 지혜. 힘으로 캐노피를 이기려 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에 순응할 수 있을 때 조종이 조금 더 쉬워진다.
'지상훈련'을 통해 캐노피를 연처럼 띄우고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일단 이륙준비 완료. 하지만 이것으로 지상훈련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파일럿에게 지상훈련이란 비행을 즐기는 동안 평생 갈고닦아야 할 연날리기와도 같다. 연을 가지고 놀듯 커다란 날개(캐노피)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을 때 하늘에서도 새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 하늘을 날길 원하는 그대, 명심하라. 연날리기도, 패러글라이딩도, 인생도… 자연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그 속에 몸을 맡길 때 보다 쉽게,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조영근(빅버드 패러그라이딩 스쿨장'www.bigbirdpara.co.kr)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차문 닫다 운전석 총기 격발 정황"... 해병대 사망 사고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