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사회적'공간적 의미를 조명한 이색 전시인 '아, 옥상'이 27일까지 삼덕상회와 장거살롱 옥상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노아영, 박은희, 이기선, 임은경, 황성원 작가는 자전거 공방 장거살롱 옥상에서 공동작업을 하며 상투적이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옥상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노아영 작가의 '옥상 마인드, 옥상 맵'은 보편타당한 옥상 이야기를 100여 개의 단어로 도출해낸다. 단어에서 연상된 이미지들은 옥상 이야기가 잘 설명될 수 있도록 명쾌하게 구성되어 있다. 노 작가는 "입장 차이를 떠나 옥상과 사회, 옥상과 사람을 연결지어 생각하고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박은희 작가의 '빨래'는 옥상에 널어놓은 속옷을 통해 현대 주거문화에서 사라져버린 공동체 의식과 공공의 정서를 드러낸다. 바람에 휘날리는 팬티는 현대사회에 팽배한 개인주의와 사라져 가는 공동체 의식을 상징한다. "팬티가 태극기처럼 위풍당당하게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는 박 작가의 표현대로 '빨래'는 우리 사회를 향한 재치와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기선 작가는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위치한 구령대에서 꼭대기가 가지는 권력의 의미를 읽어낸다. 구령대는 소수만이 오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권력의 집합체를 상징한다. 이를 통해 이 작가는 권력 중심의 비정상적인 사회 구조를 비판한다.
임은경 작가의 '불타는 컨테이너박스 그리고 구두 그리고 빨간 머리끈'은 화염에 휩싸인 컨테이너 박스로 대변되는 급박한 시공간 이야기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임 작가는 쌍용차노조 파업, 용산참사 등 굵직한 사건들을 차용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옥상이 개입된 예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황성원 작가의 '옥상과 옥상, 만나다'는 용산참사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 낸 작품이어서 더욱 강력하고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를 마련한 5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옥상을 바라보고 각자의 조형언어로 옥상을 표현했다. 이들은 옥상을 사물로, 사람으로, 사건으로 마주하며 그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특히 어떤 작가는 시위를 심각한 사회'정치적 현상으로 보기보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아, 옥상' 작가들은 미술이면서 미술이 아닌 것,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닌 것들의 이상야릇한 경계를 오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대놓고 꼬집고 비트는 가학적 방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비판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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