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부부간의 신뢰는 무엇으로 싹 틔우고 사랑으로 쌓여가는 것일까. 아마 부부간 사랑은 서로의 성격과 그간 경험한 것들을 되새김질하기 쉬운 만큼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에서 발견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전하는 수단인 '말'만큼 가장 빠르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필자가 최근에 발표한 부부갈등을 주제로 한 논문에서도 부부는 다양한 갈등요인들을 갖고 있으나 그것을 표출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말하는 방식'에 의해서 극적인 문제행동들이 발생된다는 연구결과를 얻은 적이 있다.

이 연구결과는, 부부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버티고 있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살아보려고 나름대로의 대화의 문을 열지만 '말하는 방법'이 미숙해 결국은 새로운 상처를 덧입혀 부부갈등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었다. 그렇다면 부부갈등의 요인 그 자체나 상황보다는 그것을 다루고 달래주는 '말하는 방식'을 새롭게 창출해 내야만 부부관계의 갈등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부상담에서 가장 핵심을 두고 치유해야 할 부분은 '과거의 불행한 일'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미해결된 잔여감정을 다루는 '기능적인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부부갈등으로 필자의 상담뜨락을 찾는 남편 중에는 아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편하게 해주는 말솜씨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하나같이 아내를 외롭게 해 독한 마음을 먹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것들이며, 실속도 없이 아내보다는 타인의 편을 들어 존경받지 못하는 어리석은 말들이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아내 탓으로 돌려 비열한 인상만 주어 결국 아내가 남편을 남자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지경으로 몰고 가는 '불행한 말'들만 골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들에게 공격하고 바가지 긁는 아내의 바윗덩어리 같은 말 밑에 깔려 있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는 귀로 훈련시킨다. 그것은 아내의 말을 걸러 들을 수 있는 '사랑의 여과기'를 설치해 주는 작업이다. 그리고 살짝 아내에게도 빠뜨릴 수 없는 귀띔을 한다.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이에요. 지금 부부의 문제는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요?"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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