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색화 작가인 하종현 개인전이 7월 27일까지 우손갤러리에서 열린다.
하 작가는 한국 단색화의 기반을 다진 1세대다. 단색화는 한가지 색으로 대상을 묘사하는 미술 사조로 하 작가를 비롯해 박서보, 정창섭, 윤형근, 김장섭, 김창열 등이 단색화가로 분류된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하 작가는 1960년대 중후반까지 앵포르멜(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현대 추상회화의 한 경향) 미술운동에 가담해 뜨거운 추상과 차가운 추상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1969년 그는 전위적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하고 전위 작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하 작가의 작품 세계는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를 갖고 있다. 재료의 선택과 그 재료를 다루는 기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붓으로 물감을 칠해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특별히 마련한 마대 뒷면에서 유화 물감을 밀어낸 뒤 마대 사이로 밀리고 빠져나온 유화 물감으로 형상을 만들고 표현을 하는 작업 기법을 채택했다. 마대의 구멍 난 올들을 잘 활용하는 탁월한 미적 감각 덕분에 그의 작품은 물감의 두께에 따라 다양한 색조를 자아내는 묘미를 갖고 있다.
마대를 이용한 작업은 하 작가와 작품이 일체감을 이루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하 작가는 "마대를 뚫고 올라온 물감으로 형상을 만들 때 내가 작품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물감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하 작가의 '배압법'은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세계 미술사에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하 작가는 4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접합' 연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접합'은 하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단어다. 1975년에 시작된 '접합' 연작은 시기별로 모습을 조금씩 달리해왔다. 1970년대 초기 작품이 마대와 물감의 거친 물성을 보여준다면 1980년대 작품에서는 뒤에서 밀고 앞에서 누르는 힘이 화면 전체에 고루 배분되어 전체적으로 세밀하고 균일한 표현 효과가 나타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고요한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1990년대부터 흙색, 흰색 외에도 오래된 기왓장 같은 짙은 청색 등 어둡고 선명한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 작품에는 크고 활달한 붓질의 흔적과 함께 상형문자 같은 기호가 등장해 역동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2010년 이후 하 작가는 '이후 접합' 연작으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기존의 '접합' 연작이 가진 중성적이고 차분한 색상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채색한 캔버스를 잘라 이어 붙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40여 년 동안 홍익대 교수로 재직한 하 작가는 1962년 신상회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화단에 등장했다. 3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2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다. 또 프랑스 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 미술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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