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안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정부에서는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5월 입법예고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경우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안전처를 신설하여 분산된 재난관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재난현장의 즉각 대응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가안전처가 신설되고 소방본부가 설치된다 해도 국민의 안전 보장은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소방 조직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기형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2013년 말 기준 소방공무원은 3만9천500여 명이며 이 중 시'도지사 소속의 지방직이 3만9천여 명에 달하고 국가직 공무원은 1%도 채 되지 않는 322명에 그친다.
이렇게 이원화된 신분 체제로는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 확립이 곤란해 귀중한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 있고, 중앙과 지방 소방 정책의 연계성과 일관성이 미흡해진다.
최근의 재난은 시'도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대형 재난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태풍, 홍수, 가뭄 등 자연재난의 증가로 지방의 단독 소방력으로는 긴급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3월 포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경북소방본부에서는 인근의 경남'울산에 소방헬기를 요청했으나 관할 지역의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고, 사망 1명, 부상 26명의 인명 피해와 주택 111채, 임야 79㏊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또한 소방서장이 지방직인 까닭에 재난 대응에 참여한 군'경찰 등 국가직 공무원에 대해 강력하게 통합 지휘와 업무분담, 조정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군'경찰 같은 특정직 공무원은 모두 국가직으로 운영되는 데 비해 같은 특정직 공무원 중 소방공무원만이 국가'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 때문에 긴박한 재난 현장 활동 시 국가직은 소방방재청의 지휘를 받고 지방직은 각 시'도지사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현장 지휘 체계에 혼선을 빚어 신속한 재난 대응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소방공무원 신분의 이원화에 따른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시'도별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 서비스 품질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는 결코 지역 간 차별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시'도 간 재정 격차가 심각한 탓에 재정이 열악한 광역자치단체는 소방 예산에 대한 투자가 저조하다. 결국 소방장비가 노후화하고 현장 활동 인력은 부족하게 된다. 장비의 노후화와 출동 인력 부족은 현장 대응력을 약화시켜 지역주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안전행정부에서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 요구에 대해서 소방사무는 지방사무이며, 국가직이 지방사무를 담당하는 것은 부적정하고 지방교부세율 조정 및 지방세 개편 등을 초래한다는 논리로 극구 반대하고 있다.
한국지방재정학회의 통계를 보면 소방사무는 국가사무 및 국가'지방 공동사무의 비율이 80.7%에 달하고, 지방사무의 비율은 19.3%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지방세법을 개정해 지역자원시설세를 국세로 전환한다면 소방공무원 국가직 일원화 시 소요되는 추가 중앙예산은 4천억원으로 이는 국가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가재난안전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는 이 시점에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해 급증하는 각종 재난과 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에게 평등한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첫걸음일 것이다.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상희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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