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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정몽주와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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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도 드물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지지나 반대를 분명히 했다. 지지자들은 열광하고 반대자들은 저주를 퍼부었다. 그만큼 개성이 뚜렷했다. 지금은 정치 쪽으로는 관심을 거뒀지만 한때는 필자도 노 전 대통령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나 정치적 견해였을 뿐, 인간적으로 미워했던 건 아니다. 그런 분에 대해 조금은 으스스한 사연이 하나 있었으니,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납량특집'으로 올려본다.

2009년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이다. 공교롭게도 그날 오전 10시가 좀 넘은 시각, 필자는 용인시 능원리에 있는 포은 정몽주 선생 묘소를 참배 중이었다. 용인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가 그치고 엷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선생의 묘소가 있는 야트막한 산은 온통 연안(延安) 이씨 묘들로 들어차 있었다. 조선 초 문신이었던 연안 이씨 중흥조 저헌 이석형이 포은 선생의 증손녀 사위라 하니 두 집안의 관계를 가늠해 볼 뿐이었다.

산 아래쪽에 선생의 신도비가 있고 멀지 않은 곳, 적당한 높이에 묘소가 위치하고 있었다. 일단 참배를 하고 선생의 묘소 앞에서 뒤를 돌아보니 시야가 참 좋았다. 그러나 작은 문인상(文人像)과 비석을 제외하고 상석, 장명등 등 다른 석물들은 모두 최근에 손을 댄 듯 깨끗해 보였다. 오래된 검은 비석에는 '고려수문하시중정몽주지묘'(高麗守門下侍中鄭夢周之墓)라 얕게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새로 세운 문인상 얼굴이 무척 사실적이었다. 자상한 표정을 지은 것 같은데, 차갑고 섬뜩한 것이 마치 저승사자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또 눈망울이 튀어나오고 하관이 짧은 것이 누구를 닮은 듯했다. 문인상과의 눈싸움에서 패한 뒤 봉분 뒤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는데 나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렸다. 도대체 겁이라고는 없는 내가 아무리 사람이 없는 외진 무덤 앞이지만 두려움을 느끼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 소식은 오후 3시가 돼서야 들었다. 그날따라 라디오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늦게야 알게 되었다. 소식을 듣고서야 누군가를 닮았던 그 문인상의 얼굴도 생각났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었다. 모르긴 해도 내가 문인상을 보고 겁을 먹던 시점과 노 전 대통령이 운명한 시각이 거의 일치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죽음과 정몽주의 죽음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장삼철/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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