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한 학기에 30시간 사회봉사를 하면 1학점을 인정하는 학점 욕심 때문이었으나 봉사라는 게 할수록 보람이 있어 앞으로도 계속할 작정이며 장래 직업도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직종을 택하고 싶습니다."
대학생 이종원(24'계명대 경찰법학과 3년) 씨는 지난 학기에 사회봉사 1학점을 따기 위해 올 4월 대구 달서구청소년수련관 문을 두드렸다. 이곳에서 그는 주중엔 초등학생에게 한 시간씩 수학 멘토학습지도를 맡았고 주말엔 인성과 예절교육 및 아이들 재롱잔치 무대장치 설치를 돕는 역할을 4개월간 했다. 여름방학 때는 특별활동 도우미로 남해에서 고기잡이 체험과 마늘수확을 돕는 등 다양한 봉사를 경험했다.
"힘은 들었지만 봉사가 주는 묘한 매력 때문에 학업마저 조금 등한시하게 됐어요."(웃음)
그가 이렇듯 봉사에 힘을 쏟게 된 이유는 멘토학습지도를 하던 중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고 한 선배가 팽목항 봉사를 다녀와서 "그곳에서 봉사하는 사람들 중엔 삼풍백화점 붕괴 피해자도 여럿 있었고 그들 대부분은 '살다 보면 누구나 봉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될 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곳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에 나서고 있더라"는 말을 듣고 '아! 나도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멘토학습지도를 하면서 제 스스로 느끼고 배운 점도 적지 않아요. 제가 아는 걸 남에게 가르친다는 게 녹록지 않더라고요.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수학 설명이 얼마나 어려운지 난생처음 알았습니다."
이 씨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말을 듣지 않고 짜증만 부리던 초등학생을 달래다 포기한 일이 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초등학생 교육 관련 논문까지 읽어가며 어떻게 가르쳐야 잘 가르치는지를 알고자 했다. 하지만 결론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대답이었다. 대신 그는 "젊은 날에 아는 것과 가르친다는 것 사이에 갭이 있다는 점에서 삶의 화두를 찾았고 생생한 인생 공부를 한 셈 치면 그리 손해 보는 일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는 예전의 캠퍼스 생활의 낭만이란 걸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생들은 방학 중 사회진출을 위한 스펙 쌓기와 취업시험 공부가 아니면, 용돈 벌이와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쪼개 써야 할 판이다. 생생한 인생 공부라든지, 젊은 날의 낭만을 만끽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캠퍼스 커플끼리도 낭만보다는 학업을 우선시하며 목표를 정해 함께 공부하는 것이 대세랄 수 있어요."
이 씨도 현재 대구시내 한 카페에서 하루 9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이다.
"봉사란 게 마음에 다가와 꼭 찍힌 이후 떠날 줄 모르고 있지만 그래도 더 나은 세상을 둘러보고 나면 좀 더 성숙한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문기 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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