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설날, 방학 시즌과 함께 극장가의 성수기다. 추석에 개봉하여 돌풍을 일으킨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지난해 900만 관객을 동원한 '관상'과 지지난해 천만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추석 시즌에 개봉하여 온 가족을 극장으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여름시즌 치열했던 한국영화 빅4의 대결이 여전한 가운데, 연이어 찾아온 성수기의 새로운 영화들이 관객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추석 극장가 라인업 중에선 투톱 대결이 예상된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슬픈 가족 드라마 '두근두근 내 인생'과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 쎈 어떤 것을 기대하는 성인 관객을 노리는 '타짜-신의 손'. 두 작품 모두 시사회 반응이 좋아서 어느 영화가 개봉 후 관객의 선택을 받을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관객으로서는 양손에 떡 들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터.
◆국산
▷두근두근 내 인생
강동원과 송혜교가 젊은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관심을 끈 영화다. 연출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정사'의 이재용 감독이다. 이재용 감독은 꼼꼼하게 정돈된 미장센과 감정의 다양한 결들을 미세하게 포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능하며, 특히 멜로 드라마에 강하다. 3개월 만에 14만 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폭발적인 베스트셀러 김애란 작가의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영화화했다.
한때 헛발 왕자로 불리던 태권도 유망주 대수(강동원)와 아이돌을 꿈꾸던 당찬 성격의 미라(송혜교). 이들은 17세에 아이를 가져 불과 서른셋의 나이에 16세 아들 아름이의 부모가 되어 있다. 아름이는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을 겪어 신체 나이는 이미 여든 살이다. 씩씩하게 살아가던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어느 날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하루하루 늙어가는 것이 전부였던 아름이에게 두근거리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부모보다 빨리 늙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는 눈물을 쏙 빼게 하는 소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게 엮어낸다. 무엇보다도 신선하게 눈길을 끄는 것은 강동원과 송혜교의 부부 연기다. '군도: 민란의 시대'를 통해 스크린을 압도하는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입증한 강동원이 철없는 아빠 역할을 맡아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연기 톤에 도전한다. 송혜교는 TV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섬세한 감정연기로 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풍부하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글로벌 스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녀는 처음으로 엄마 연기에 도전하는데,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지만 보다 결이 풍부해진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다.
조연들의 열연도 상당하다. 푸근한 매력의 백일섭,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성민, 깊은 내공의 연기자 김갑수 등 실력파 배우들의 활약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높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아역배우 조성목의 아름이 연기는 완벽할 정도다.
울릴 것이 뻔할 것 같은데, 작정하고 울리지 않는 영화다. 신파 끼를 뺀 채 잔잔하고 소박한 유머를 넣어 자연스럽게 웃다가 울게 하는 힘이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 드라마이다.
▷타짜-신의 손
'타짜-신의 손'은 2006년 최고 흥행작인 조승우'김혜수 주연 '타짜'의 속편이다.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으니 수위가 높은 표현을 기대하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속스캔들' '써니'의 성공으로 코미디에 강하다는 것을 입증한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그룹 빅뱅의 T.O.P, 최승현이 전편의 주인공 고니(조승우)의 조카 대길로 등장하며 극을 끌어간다. 여기에 신세경과 이하늬가 다른 색깔의 섹시한 여성 역할을 맡아 최승현과 멜로 라인을 그린다. 전편에 이어 출연하는 아귀 김윤석과 대길의 조력자 유해진이 극을 탄탄하게 받쳐주고, 이경영, 곽도원, 오정세, 김인권 등 조연 라인도 막강하다.
삼촌 고니를 닮아 화투에 있어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은 고향을 떠나 서울 강남의 하우스에서 타짜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그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우연히 고니의 파트너가 되었던 고광렬(유해진)을 만난다. 고광렬과 함께 전국을 유랑하던 대길은 절대 악의 사채업자 장동식(곽도원)은 물론 전설의 타짜 아귀(김윤석)까지 타짜들과 목숨을 건 한판 승부를 가린다.
영화 전편 '타짜'와 만화 원작 '타짜2'의 진한 향기를 '타짜-신의 손'에서 강형철 감독이 어떻게 개성 있게 녹여낼지가 관심사였는데, 이 영화는 일단 강형철식 영화로서 합격점이다. 전편의 으스스한 분위기보다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어 좀 더 가볍고 경쾌해졌다. 코미디가 강화되어 캐릭터 하나하나가 개성 있게 살아 움직인다. 전작의 비정한 세상사 표현을 응원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강형철의 '타짜'는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다.
◆외화
▷루시
최민식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미국에서 개봉 첫 주 1위를 기록한 '루시'. '그랑블루' '니키타' '레옹' '제5원소' '택시' 등 화제작을 만들어 온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뤽 베송 감독의 신작이다. 루시는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당하던 여자가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액션물이다. 스칼릿 조핸슨, 모건 프리먼이 출연하고, 미스터 장으로 분하는 최민식의 현대적인 악당 연기는 가히 일품이다.
▷스텝업: 올인
'스텝업: 올인'은 2년 만에 돌아온 '스텝업'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현란한 무대의 스케일과 댄스 퍼포먼스를 내세우는 영화인데, 쇼와 댄스 배틀이 결합된 신개념 퍼포먼스 쇼 배틀을 등장시킨다.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가진 것은 꿈과 열정뿐인 스트리트 댄서들이 지상 최고의 무대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10, 20대 관객들에게 짜릿한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로, 이야기보다는 오락적인 볼거리를 찾는 관객에게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다.
◆예술영화, 어린이영화, 기타
▷자유의 언덕
올해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은 홍상수표 유머와 일상의 자연스러움이 녹아있다. 이번에는 일본 배우 가세 료가 주연을 맡아 외국인의 시점에서 포착하는 서울의 일상을 담아내는데, 낯설게 관찰하는 한국인의 풍경이 씁쓸하고도 아주 웃긴다.
몸이 아파 일상을 포기해야 했던 어학원 강사 권(서영화)은 산에서 요양을 한 후 서울로 돌아오게 된 날, 일하던 어학원에서 두툼한 편지 봉투를 가져온다. 2년 전 일본인 강사 모리(가세 료)가 남긴 편지로, 그 편지에는 그가 한국 생활을 하며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 대한 관찰기가 기록되어 있다.
▷하늘의 황금마차
선댄스 영화제에서 '지슬'로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던 오멸 감독의 신작 '하늘의 황금마차'는 재정난에 처한 밴드가 아버지의 유산을 노리고 치매를 앓는 형과 유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로드무비다. 작은 독립영화이지만 그의 개성적인 연출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어린이 관객을 위해서는 '도라에몽'과 '마야'가 있다.
▷기존 상영작품들=현재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구성하고 있는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인 투 더 스톰' '비긴 어게인' '닌자 터틀' '안녕, 헤이즐'도 추석 기간에 새로운 관객을 기다린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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