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생명선(life line)인 남중국해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 해역의 섬들에 대한 영유권 분쟁의 당사자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전개되었던 상호비난 성명전이 물리적 충돌로 비화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미국'중국'일본 등 강대국들은 국익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 배치함으로써 남중국해는 아시아 최대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격랑이 일어나고 있는 분쟁의 바다에서 포성이 울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마한(Alfred T. Mahan)의 말처럼, 오늘날 미국은 세계 제1의 해양대국으로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남중국해의 말라카(Malacca)나 바시(Bashi) 해협은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전 세계 해상교역량의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해역이 봉쇄되면 군사적'경제적으로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또한 이 해역에는 약 300억t에 달하는 원유와 16조㎥의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차세대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까지 대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남중국해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의 갈등과 충돌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급속히 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해양대국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12년에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를 이 해역에 실전 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핵잠수함 전력을 대폭 강화하는 등 원해 작전 능력을 갖춘 대양 해군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과 분쟁 중에 있는 스카버러섬(중국명 黃巖島)을 장악하는가 하면, 아융인(중국명 仁愛礁)에 프리깃함을 배치하는 등 공세적인 해양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의 앞마당인 남중국해가 '핵심이익'(core interest)에 속하는 지역임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이 이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중국의 세력 팽창을 봉쇄하기 위하여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추진하면서 2020년까지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위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남아국가들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그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중국의 해양 팽창을 저지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미국은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을 활용하여 중'일 패권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중국을 아시아에 국한된 지역세력으로 묶어둠으로써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고자 한다.
일본은 중국의 해양 대국화에 맞서 자국 상선의 해로 안전과 분쟁 해역에 있어서 영토수호를 명분으로 세계 3위의 해군력을 더욱 증강시키면서 이를 재무장의 좋은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준 항모라고 할 수 있는 최신예 이지스(Aegis)함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헬기 항모 이즈모(出雲)함을 진수하는 등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은 강력한 군사력 보유와 전쟁의 합법화를 위하여 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가 남중국해의 격랑을 헤쳐나가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국에 있어서 남중국해는 경제의 생명선일 뿐만 아니라, 일본과는 독도 분쟁 그리고 중국과는 이어도 분쟁 중이라는 점에서 해로(海路)의 안전과 영유권 수호를 위한 대책은 매우 시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지도자들은 아직도 세월호법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정쟁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지금 남중국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센 파도가 멀지 않은 장래에 쓰나미가 되어 우리에게도 밀어닥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 국가의 멸망은 외부의 침략이 있기 이전에 이미 내부에서부터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역사의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세월호의 아픔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변창구/대가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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