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교통환경은 얌체'난폭운전을 낳고, 이는 사고의 원인이 된다. 대구 도심에는 부적절한 신호등 위치와 위험한 곡선 구조, 지워진 노면 표시 등 사고를 유발하는 도로가 곳곳에 있다. 운전자의 습관만 탓하기보다 도로의 구조와 시설을 더 안전하게 바꾸는 교통환경 개선이야말로 사고를 줄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사고 잦은 대구 도로들
▷북부정류장 앞 네거리=대구 북부정류장 앞 네거리는 신호등 위치가 정지선에서 멀리 있어서 운전자가 이를 못 보고 신호위반을 하기도 하고, 북부정류장으로 진입하는 부근에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횡단보도가 없어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011년 1월 14일 정오쯤 이곳에서 오토바이를 몰던 A(31) 씨는 화물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A씨는 북부정류장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도로 한가운데서 평리지하도 쪽으로 틀어 좌회전했다. 그때 B(32) 씨가 몰던 화물차가 만평네거리에서 평리지하도 방향으로 신호를 위반해 운행하고 있었다. 결국, A씨의 오토바이 오른쪽과 B씨의 화물차 왼쪽 적재함 부분이 충돌했다. 이곳에선 지난해에도 교통사고로 보행자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서평초등학교 삼거리~중리네거리=이 구간에는 급경사가 있어서 차들이 과속하고, 왕복 4차로의 좁은 도로라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많아 사고 위험이 크다. 특히 이곳은 공원으로 운동하러 나오거나 서구문화회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지난해 7월 6일 오전 6시쯤 서구 평리동 이현공원 인근 당산로를 건너던 C(70) 씨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C씨는 이날 이현공원 쪽에서 반대편으로 가던 길이었다. D(47) 씨가 운전대를 잡은 화물차는 중리네거리에서 평현치안센터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왼쪽에서 걸어오던 C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다.
▷신당네거리=넓은 면적의 이곳 교차로는 멀리 있는 신호등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호위반에 따른 사고가 잦다. 또 좌회전하는 차의 통행량에 비해 좌회전 차로가 부족해, 급격한 차로 변경으로 차들이 추돌하기도 한다.
2012년 6월 2일 오전 6시쯤 어스름할 무렵 이 교차로에서 E(52) 씨가 운전하는 화물차가 성서주공네거리 쪽에서 모다아울렛 방향으로 좌회전하려고 2차로에서 멈춰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F(33) 씨가 몰던 승용차가 뒤에서 추돌, F씨가 숨졌다. 교차로에 서 있던 앞차를 미처 보지 못한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같은 해 2월 4일에는 화물차와 승합차가 충돌해 2명이 죽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부르는 도로의 문제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꼽은 대구의 '교통사고 잦은 곳'(이하 사고도로)은 18곳(2012년 통계 기준). 이곳에서 모두 263건의 사고가 발생, 6명이 죽고 373명이 다쳤다. 사고도로는 인명피해를 유발한 교통사고가 5건(광역시 기준) 이상인 곳을 선정한다.
사고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263건 중 추돌사고가 150건(57%)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교차로 교행 중 많이 일어나는 측면 및 직각 충돌이 40건(15%), 보행자 사고 19건(7%), 단순 충돌 13건(5%), 차로 변경 접촉 10건(4%) 등이 뒤를 이었다.
구별로 보면 달서구가 모두 6곳에서 106건의 사고가 나 3명이 죽고 154명이 다쳤다. 남구가 2곳에서 41건(60명 부상)이 발생했고, 북구 2곳 39건(1명 사망'51명 부상), 달성군 2곳 28건(38명 부상), 서구 2곳 25건(1명 사망'30명 부상) 등으로 집계됐다.
사고도로들은 대부분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는 도로에 경사가 있거나 구조가 곡선 형태여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남구 앞산네거리~안지랑네거리 구간은 곡선이 심해 신호등을 인식하기 어렵고, 유턴 차와 좌'우회전 차의 충돌이 잦다. 달서구 두류동 내당네거리는 '+'자가 아닌 '×'자 모양의 기형적 구조여서 바닥의 차선이 차가 실제 직진과 좌'우회전하는 동선과 일치하지 않는다.
도로 바닥이 고르지 않거나 주위 구조물이 통행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동구 범안로 입구 교차로는 바닥에 경사가 있는데다 군데군데 꺼지거나 솟아 있는 등 노면 상태가 불량하다. 더불어 고가도로 교각에 가려서 다른 차가 잘 보이지 않는 위험도 있다. 이외에도 좌회전이나 유턴을 할 때 회전반경이 좁고, 교차로 구간 내 차선이 없어 차들이 차로를 벗어나 부딪치기도 한다. 또 횡단보도 위치가 교차로에서 떨어져 있어 우회전하는 차가 보행자를 바로 발견하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박재영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안전조사검사부장은 "사고가 잦은 곳은 사고충돌 상황과 운전자 연령, 당시 날씨 등을 자세히 분석해서 현장을 찾아 차량 흐름과 도로 구조, 시설물 등을 살핀다"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고 감소 효과가 높은 곳을 선정해 도로 환경을 개선하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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