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퇴계 선생 444주기…안동서 옛 도산별과 치른다

'정조의 퇴계 존경심' 재조명…15일 한시인 200여 명 경연

조선 정조 임금이 퇴계 이황을 향한 존경심에서 열었다는
조선 정조 임금이 퇴계 이황을 향한 존경심에서 열었다는 '도산별과'(陶山別科) 재현행사가 15일 도산서원에서 열린다. 옛 과거 시험을 재현하는 행사가 개최됐던 지난해 도산서원 모습.

조선 정조 임금이 퇴계 이황을 향한 존경심에서 열었던 '도산별과'(陶山別科)가 올해로 222년을 맞았다. 도산별과가 치러졌던 1792년은 퇴계 이황이 세상을 뜬 지 222년이 되는 해다.

이처럼 222년이 겹치는 것을 기념해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은 15일 도산서원에서 '2014 도산별과 재현행사'를 마련한다.

이날 재현될 도산별과는 퇴계 선생에 대한 정조 임금의 존숭을 새롭게 조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조 임금이 직접 지은 '치제문'(致祭文)을 도산서원에 전달하는 의식을 시작으로 이날 행사가 진행된다.

정조 임금의 명을 받은 규장각 관원 이만수(李晩秀)와 장용위(壯勇衛'호위병)가 치제문을 전달하고, 일행은 퇴계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도산서원 '상덕사'(尙德祠)에서 고유례를 올린다.

고유례는 큰 일을 거행할 때 그 경위를 조상이나 천지신명에게 고하는 전통 의례다. 고유례가 끝나면 역시 2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각신 이만수와 장용위 등의 파발행렬이 안동시장에게 정조 임금이 직접 지은 '시제'(詩題)를 전달하는 장면이 재현된다.

이후 시제를 게시하면서 전국 한시인 200여 명(일반부 150명, 학생부 50명)의 경연이 이뤄진다. 특히 올해는 한문 후속세대 양성 차원에서 학생부 백일장을 신설했다.

이날의 시제는 '도원상매'(陶院賞梅), 즉 '도산서원에서 매화를 감상하다'이다. 매화를 '매형'(梅兄)이라 부르며 스스로 '혹애'(酷愛), 즉 '지독한 사랑'이라고 표현했던 퇴계의 매화 사랑을 담은 시제다.

정조 임금은 1792년 3월 24일, 퇴계를 존숭하는 마음이 깊어 멀리 경상도 산골에 '예관'(禮官)을 파견, 손수 지은 제문으로 퇴계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도산서원 상덕사에서 제사를 드리게 하고, 그다음 날 영남선비들에게 과거시험을 보게 하는 특별한 은전을 내렸다.

당시 서원 앞 넓게 터진 강변에는 과거시험에 응시하러 온 전국의 선비들과 구경나온 백성들의 수가 수만 명에 이르러 큰 성황을 이뤘다. 이때 시험에 응시했던 선비들만 7천228명으로 기록돼 있다.

김종석 한국국학진흥원 연구부장은 "정조 임금이 영남선비들에게 특별히 과거시험의 기회를 열어주었던 것은 당쟁과 '서학' 등으로 유교질서가 흔들리는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한편, 동요하는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신적 구심점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역사 속의 스승을 높임으로써 대립과 분열을 일삼는 정치현실에 절망한 백성들에게 진실과 희망의 불빛을 환히 비춰주고자 했던 것이다. 당시 정조 임금이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만인의 공감을 받는 역사 속의 스승은 바로 퇴계였다.

한국국학진흥원 국학연구팀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정조 임금에게 퇴계는 생각할수록 더욱 높이고 싶어지는 인물, 높이면 높일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충만하게 해주는 인격을 갖춘 역사 속의 스승이었다. 이런 점에서 도산별과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차원을 넘어 퇴계를 향한 정조 임금의 존숭이 만들어낸 역사 속 스토리텔링이라 할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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