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가 됐을까요? 사람들은 '강남스타일'이라는 콘텐츠의 특성에 주목했지요. 물론 싸이라는 가수의 독특한 캐릭터와 재미있는 음악 내용이 중요했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유튜브'(Youtube)라는 매체와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주목했습니다. 그 음악적 요소가 충분히 흥미를 끌 만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유통시킨 매개체가 없었다면 전 세계적인 확산이 가능했을까요?"
0과 1의 반복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세상에 '감성'은 크게 관련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도 인간이 만든 세상이기에 인간의 특성인 '감성'이 조금이라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세상에 드러나는 감성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가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21~24일 대구에서 열리는 제15회 세계인터넷전문가총회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도 디지털 세상이 보여준 감성적인 부분들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디지털 세상의 감성적인 부분을 찾는 데 주력하는 곳이 있다. 영남대학교에 설립된 사이버감성연구소가 바로 그곳이다. 2010년 4월 설립된 이 연구소는 소장인 박한우 교수(영남대 언론정보학과)를 중심으로 디지털 감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 소셜 미디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는 디지털 세상에 나타나는 감성과 정서를 수치나 통계로 나타내고 이를 분석해 의미를 이끌어내는 데 주목하고 있다. 요즘 많이 응용되고 있는 '빅데이터 이론'과 웹에 계량적 개념을 추가하여 웹에서 데이터를 끌어내 분석해내는 '웨보매트릭스'(webomatrix)를 이용한 연구가 특히 활발하다. 한 예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는지에 대해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는 '강남스타일'의 음악적 특성과 뮤직비디오의 문화적 특성을 위주로 접근하는 대신 뮤직비디오가 업로드 된 '유튜브'라는 매체에 집중했다. 사이버감성연구소는 "분석결과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가 먼저 미국인을 비롯한 서양인의 감성코드와 맞았고,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1030세대의 'B급 정서'를 건드렸으며 댓글 기능과 공유 기능을 강화한 유튜브의 성격 변화가 맞물려 희대의 한류 상품이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론을 얻기 위해 사이버감성연구소는 유튜브에 어떤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는지, 유튜브 이용자들은 다른 인터넷 이용자들과 어떻게 다른지, 유튜브 사이트는 이용자들을 위해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 등을 면밀히 관찰했다. 사이버감성연구소장 박한우 교수는 "이런 방법을 통해 오페라를 대중적인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이버감성연구소는 인터넷과 SNS 등에 나타나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분석해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나 태풍,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연구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박한우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40시간 이후까지 모인 트위터 멘션을 10시간 단위로 분석해봤더니 처음에는 놀람과 공포를 표현한 정서적 멘션이 주를 이루다가 점점 재해복구에 대한 의견이나 행동을 촉구하는 멘션이 주로 올라왔다"며 "이런 미묘한 차이를 분석해 재해복구 계획이나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케이팝의 확산을 연구하기 위해 트위터의 해시태그(#기호를 붙여 특정 단어에 대한 글이라는 사실을 표시하는 것)와 같은 케이팝 관련 검색어를 분석함으로써 각 나라별로 어떤 방식으로 케이팝을 알려야 할지 결정할 때 필요한 자료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분야들은 모두 빅데이터 분석으로 인터넷에 떠다니는 의미와 가치를 이끌어내 앞으로의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사이버 감성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나름 발전돼 있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세상 속 감성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박한우 교수는 "아직 대구경북지역의 정책 입안자들이나 연구자들이 이공계나 상경계열의 시선으로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문화와 감성에 관한 맥락 분석이 약한 편"이라며 "대구경북지역의 정책도 이제는 확보된 공공데이터를 인문사회적 관점에서 분석해 지역민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구경북지역이 디지털 세상의 감성 연구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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