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방과 대응, 이것만은 기억하자

10월 들어 쌀쌀한 아침 날씨와 붉게 물드는 단풍을 보며 점점 깊어가는 가을을 체감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이러한 충족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된 농사일이 따라야 했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도 철저한 사전 예방과 적절한 대처가 수반되었을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소방안전 요령을 '예방'과 '대응' 두 단계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예방' 분야를 살펴보자. 화재는 예고 없이 발생한다. 평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화재 예방이다. 소화기를 반드시 비치하고 수시로 이상 유무를 점검하여야 하며, 외출하기 전에 가스 밸브가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은 전기 플러그를 뽑아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전기기구는 반드시 규격제품을 사용하고 하나의 콘센트에는 여러 개의 전기기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이 붐비는 노래방, 영화상영관, 백화점, 대형판매시설 등에서는 안전점검뿐만 아니라 피난통로 상 판매물품 적치 등 피난 장애요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비상구는 상시 개방토록 조치하여야 한다.

다음은 '대응' 분야다.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먼저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소소심'과 '올바른 대피' 두 가지만 제대로 익혀두자.

'소소심'이란 '소화기와 소화전, 심폐소생술(CPR)'을 줄인 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우고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든 안전기술을 말한다. 소화기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방시설로서 초기 화재 진화 시 소방차 몇 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화기의 사용법은 ①안전핀을 뽑고 ②노즐을 뺀 후 ③손잡이를 움켜쥐고 ④골고루 분사하면 된다.

소화전은 소화기로 진화하기 어려운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소방시설로서 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되어 있는 옥내 소화전의 사용법은 ①소화전 문을 열고 ②소방호스를 빼고 노즐을 잡은 후 ③밸브를 돌리고 ④불을 끄면 된다.

심폐소생술은 심장과 폐의 활동이 갑자기 멈추었을 때 실시하는 응급처치로 심정지 환자의 뇌로 산소가 공급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먼저 ①환자의 의식을 확인하고 ②주변 사람들에게 119신고 요청을 한 뒤 ③가슴압박 30회를 실시하고 ④기도유지 후 ⑤인공호흡 2회의 과정을 119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이제 '올바른 대피' 방법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충분히 대피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도 당황하거나 공포에 질려 창문으로 뛰어내려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다음의 방법에 따라 대피하도록 하자. 연기 속을 통과하여 대피할 때에는 수건 등을 물에 적셔서 입과 코를 막고 숨을 짧게 쉬며 낮은 자세로 엎드려 신속하게 대피하되, 시야 확보가 힘든 경우 한 손으로 벽을 더듬어 가며 피난구 및 통로유도등 불빛을 따라 침착하게 대피하면 된다. 만약 아래층으로 대피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옥상으로 대피하여야 하며, 옥상에서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위치하여 구조를 기다리면 된다. 고층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자.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에 갇힐 수 있으며, 엘리베이터 통로 자체가 굴뚝 역할을 하여 연기로 질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의 경우에는 각 세대 발코니에 설치된 경량칸막이를 부수어 옆집으로 탈출하고, 타워형 아파트와 발코니를 확장한 아파트의 경우에는 따로 구획된 대피공간에서 방화문을 닫고 구조요청을 하거나 완강기와 같은 피난시설을 이용해 탈출하면 된다.

평소 화재 예방과 위험 대응 요령을 철저히 익혀두면 후에 어떠한 위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내려가는 기온만큼 우리의 안전의식은 높아져서 주변에 안전사고로 인하여 상처받는 이웃이 없는 따뜻한 세상이 왔으면 한다.

박희욱 대구달서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