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리핀 입맛 홀리는 자판기 커피…카펠로스카이

필리핀에 자판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펠로스카이는 최근 국내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동남아시장 진출을 구상 중이다. 필리핀 현지 전시회에서 부스를 통해 자사 브랜드
필리핀에 자판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펠로스카이는 최근 국내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동남아시장 진출을 구상 중이다. 필리핀 현지 전시회에서 부스를 통해 자사 브랜드 '카펠로'를 홍보하고 있다. 카펠로스카이 제공 카펠로스카이의 제품 '카펠로' 4종
이동렬 대표
이동렬 대표

한국 사람 한 명이 1년에 마시는 커피가 300잔이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 커피 시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커피 시장은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러한 가운데 '자판기 커피'로 동남아 지역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기업이 대구에 있다.

대구 동구 무역회관에 자리한 '카펠로스카이'(CafeLo SKY)는 자체 브랜드 '카펠로' 커피를 필리핀 전역에 판매한 데 이어 동남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커피 전문 기업이다.

◆필리핀 무역상

카펠로스카이는 필리핀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필리핀 현지에 '카펠로' 커피를 판매한 것이 시초다. 회사의 주요 판매품은 자판기용 커피다. 카펠로스카이는 자판기 커피 기계를 국내에서 필리핀으로 들여와 딜러를 통해서 곳곳에 팔았고 이들에게 자사 커피를 납품한다. 자판기 커피 구입자들이 카펠로스카이의 '고객'인 셈.

카펠로스카이는 이동렬(47'사진) 대표의 꿈이 담긴 곳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종합무역상사를 꿈꿔왔던 이 대표는 젊은 시절 꽃 장사를 했다. 하지만 시기가 안 좋아 그만뒀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1990년대 초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필리핀 현지에서 일을 배우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하지만 막상 가보니 배울 것은 없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무역인'을 하고 싶었던 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필리핀에서 물건을 팔기로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와 판매할 물건을 찾고, 자금을 끌어보아 다시 필리핀으로 들어간 것이 1993년. 이때부터 젊은 무역인이 탄생한다.

이 대표가 처음 필리핀에서 판매한 것은 한국의 중고버스였다. 이 대표는 "필리핀에 한국 버스를 판 것은 한국인으로서 내가 처음이다"며 "2000년 전까지 필리핀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중고 중장비와 자동차 등을 수입해 판매하면서 필리핀 현지에 적응해갔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제품을 필리핀에 가지고 와 팔았다"고 말했다.

그런 이 대표는 5년 전 '커피'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다른 품목은 누가 와서 해도 판매가 어느 정도 됐는데 커피만큼은 필리핀에서 한국 사람들이 잘 팔지를 못하더라고요."

이 대표는 필리핀 현지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인구가 적다는 점도 있었지만 이보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금은 대부분 커피 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같은 것을 마시지만 과거에는 다들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며 "지금도 중소기업이나 식당에는 동전커피가 있고 이를 즐기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자판기 커피로 도전

이 점에서 착안한 이 대표는 국내에서 커피 자판기를 들여와 필리핀 현지에 수출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국내 커피 자판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우리가 구입해 필리핀 현지에 판 것만 6만 대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펠로스카이는 커피 자판기를 판 뒤 이를 채울 '믹스커피'를 자사 제품화했다. 먼저 필리핀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한 믹스커피를 제작했다. 국내 커피 제조업체를 찾아 요리법을 전달, 필리핀 현지에 어울리는 커피 3종류(프렌치 바닐라, 모카, 카라멜)와 핫초코를 팔았다. 브랜드 이름도 회사의 명칭에서 따와 '카펠로'로 정했다.

필리핀 현지 딜러를 통해 자판기를 판매한 뒤 고객에게 매달 꾸준히 믹스커피 '카펠로'를 납품하는 방식이다.

생소한 자판기 문화였지만 필리핀 현지에서의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다. 동전 하나로 입맛에 맞는 커피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펠로스카이는 현지에서 TV와 인쇄매체에 광고를 한 것은 물론 수시로 전시회에 부스를 만들어 현지인에게 소개했다.

"자판기 커피를 필리핀에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현재 카펠로스카이는 필리핀 7천700여 개 섬 전역에 커피 자판기를 판매완료했다. 곳곳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필리핀인들은 '카펠로'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카펠로스카이에 따르면 한 달에 필리핀에서 소비하는 '카펠로'의 양은 50t에 달한다.

◆신시장 개척

늘어나는 커피 소비에 맞춰 이 대표는 올해 대구에 정식 법인을 설립했다. 이달 대구 동구 무역회관으로 사무실을 옮긴 데 이어 내년 커피를 직접 생산하기 위한 공장 건립을 구상 중이다.

이 대표는 "커피 자판기를 통한 커피믹스 판매를 보고 다른 이들이 서서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차별화를 위한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카펠로스카이는 앞으로 커피믹스의 종류를 늘리는 한편 '원두'를 이용한 자판기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커피 자판기가 원두를 갈아 아메리카노를 뽑아내는 것을 이곳에 적용할 경우 원두를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카펠로스카이는 필리핀에서만 만족하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에서의 사업 모델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먹힐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중국 시장을 잡으면 회사가 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또 "중국에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수억 명의 인구가 커피를 즐기려면 값싼 자판기 커피의 보급이 더욱 알맞아 우리 회사에 딱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