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위한 전 계성고 교사, 제자 불러 '사랑의 보답식'

8일 대구 세인트웨스튼호텔에서 열린 윤위한 전 계성고 교사의 사랑의 보답식인
8일 대구 세인트웨스튼호텔에서 열린 윤위한 전 계성고 교사의 사랑의 보답식인 '친구들아 모여라, 조회 시작했다'에 참석한 제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작은 네모안은 윤위한 전 계성고 교사.

"더 늦기 전에 제자들을 모아 사제간의 정을 다시 한 번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8일 오후 6시 대구 세인트웨스튼호텔. 윤위한(77) 전 계성고등학교 교사는 옛 스승을 찾아 모인 반백의 제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이들을 맞아들이느라 만면에 미소가 그칠 줄 몰랐다. 이날 행사는 윤 교사가 퇴임할 때 제자들이 열어 준 '보은의 퇴임식'(2000년 2월 26일)에 대해 노스승이 15년 만에 자비로 연 '사랑의 보답식'이었다.

이날 행사 제목인 '친구들아 모여라, 조회 시작했다'에 참석한 제자들은 모두 윤 교사가 담임을 했던 10개(63, 65, 66, 67, 73, 74, 75, 76, 80, 82회) 기수 128명. 모교를 졸업한 지 적게는 20여 년, 많게는 40년을 훌쩍 넘긴 제자들은 '조회'가 시작되자 마치 까까머리 고교시절로 돌아간 듯 들떴고 노스승은 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깊은 감회에 젖었다.

노스승은 "최근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사제간의 정이 희석되는 등 교직사회가 크게 위축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그래도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주는 제자들이 많아 무척 기쁘고 마음 든든하다"고 말했다.

제자들도 스승이 졸업식 때마다 강조했던 '참사람'에 대한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었다.

노스승의 제자들 중 좌장인 서관호(63회'경북대 고분자공학과 교수) 씨는 "당시 선생님께서는 청년교사로서 학생들을 진정 사랑으로 대하시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가 깊었던 분"이라며 "지금도 동기들이 모이면 '교과서적 스승상'으로 선생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연식(74회'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씨는 "하고 싶었던 문과보다 이과를 선택해 놓고 보니 성적이 크게 떨어졌었는데 개인면담을 하신 선생님의 격려로 공부에 충실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 후 "감수성이 민감했던 10대 시절에 스승의 관심 덕분에 인생의 큰 좌표와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스승도 이에 대해 "당시 가정방문을 통해 제자들의 신상명세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었기에 사랑으로 이들을 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항상 가슴에 사랑을 품은 사람이 되고 사랑을 표현하고 실천한다면 참사람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회고했다.

퍼줄수록 더욱 넘쳐나는 '화수분'을 닮은 노스승의 사랑에 이날 일본과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제자들까지 참석해 사제지간의 감회와 동기간의 정을 흠뻑 나누었다.

각별한 사제의 정은 비단 이번 행사에서만 드러난 것은 아니다. 15년 전 '정년퇴임연' 때도 계성고 65회 동기 40여 명은 별도의 부부동반 퇴임식을 열고 스승 부부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줄 정도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교단과 학교가 많이 팍팍해져 있는 요즘, 노스승과 제자들의 세월을 뛰어넘은 존경과 사랑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나고 있다.

서관호 씨는 "선생님과 제자 간의 이런 만남을 매년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문기 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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