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 배우 문정희

"의리 있는 아내 역…정말 예쁘게 나와 기뻐요"

배우 문정희(38)는 행복해 보였다. 영화 '카트'와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가 잇따라 개봉해 극장에 걸려 있다. 이에 앞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뺀 드라마 '마마'도 괜찮은 평가를 받으며 종료했다.

두 영화의 흥행 기록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 좋다. 특히 '아빠를…'에서는 예쁜 모습으로 나오니, 그것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유다. 문정희는 "영화에서 이렇게 예쁘게 나오는 건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또 "이 영화가 슬랩스틱 코미디도 아니고, 억지웃음이나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아 좋다"며 "생활 연기를 영화에서는 보여준 적이 없는데 운 좋게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좋아했다.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긴 자식을 구하려는 억척스러운 엄마로 나온 '연가시'와 가난에 찌들고 집에 집착한 여자를 연기한 '숨바꼭질'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했다. '역시 문정희의 연기력은 대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캐릭터가 너무 셌기에 다음 작품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달 13일 개봉한 '카트'도 예쁜 모습은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설움을 그렸으니 매력적인 인물은 있어도 예쁜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다.

일주일 뒤 개봉한 '아빠를…'은 다르다. "'숨바꼭질'이 끝나고 힘든 상황에서 이 영화를 만났다"는 문정희는 "배우로서 사랑스럽고, 예쁜 옷도 입고, 가족 얘기도 할 수 있고, 멜로 같은 느낌도 있으니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사랑스럽게 그려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진짜 그렇게 나왔다. 현실에 찌들어 남편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의리 있고, 사랑스럽고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전작들에 참여한 게 걱정스러웠던 건 아니다. 문정희는 "센 역할을 맡았을 때도 별로 걱정이 안 됐다. 여배우가 하기 쉽지 않은 역할을 해보는 것이었으니 좋았다"고 웃었다. 더 힘든 작품도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도 일단은 현재 작품의 모습이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한다. 특히 10년째 백수인 태만(김상경)을 보다 못한 딸 아영(최다인)이 학교 나눔의 날에 "아빠를 내놓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아빠를…'을 향한 애정이 많다. 제작 문제로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영화이고, 잠시 소속사 없이 혼자 일할 때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태만이 아내 지수(문정희) 몰래 절친 승일(조재윤)과 함께 '아빠 렌탈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극 중 남편을 빼앗긴(?) 문정희는 아빠를 빌려줄 수 있느냐고 하자 "일단 내 남편은 절대 빌려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빠라면…, 아이는 아직 없어서 아이 생각이 어떨지는 모르겠다"고 한 그는 자기 부부는 "엄마, 아빠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앞서 문정희는 한 토크쇼에서 남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고,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문정희 남편 186㎝' '대기업 근무' 등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남편이 자신의 직업을 잘 이해해준다는 문정희는 극 중 남편으로 등장하는 김상경과의 키스신도 쿨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왜 인공호흡을 했냐?"고 했을 정도다. 물론 "처음에는 내 직업에 대해 '강의'를 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 때문에 남편이 말 잘하는 문정희에게 설득당한 것일 수도 있다. 문정희는 남편에게 "직업이잖아. 현장에서 수십 명이 지켜봐. 이건 즐길 수도 없는 거야"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그러면서 "남편이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 안다"고 강조했다.

남편과 서로의 일에 대해 밤을 새우면서 이야기한다는 문정희. "서로를 이해하니 서로가 힘을 북돋워 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좋아했다. 영화 속 설정처럼 남편이 백수라도? "부족한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과거에 풍족하게 살았던 것도 아니거든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죠."

문정희는 1998년 뮤지컬 '의형제'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작품으로 꾸준히 연기해왔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최근에야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인기도 더 많아졌다. "인기에 대한 생각요? 인기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인기가 없어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다른 걸로 인생을 즐기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월요일은 항상 남산에 가는데, 계절이 변화되는 것도 신기하고 행복하게만 느껴져요. 최근에 단풍 본 것도 좋았고요. 제가 이상한가요?"(웃음)

'아빠를…'은 문정희의 아름다움과 김상경의 찌질하고 코믹한 모습도 볼 수 있는 게 매력 포인트다. 그간 진지하고 심각한 캐릭터로 관객을 찾았던 김상경이 가벼워 보이는 건 깜짝 놀랄 정도다. 문정희는 "상경 오빠의 본래 모습이 잘 드러났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줄 영화를 찾고 있었다는데, 마침 만나 신나서 연기했던 작품"이라며 "과거 '몽타주' 시사회 때 오빠를 만났는데 정말 재미있는 분이었다. 상경 오빠와는 호흡이 좋을 줄 알았다"고 만족해했다.

얼마나 호흡이 좋았는지 또 다른 작품에서 빨리 만나고 싶을 정도다. 그러면서 예를 들었다. "오빠가 형사 역할을 많이 했으니까 다음에는 제가 몸도 쓰고 머리 좋은 형사 역할을 하고, 오빠가 치졸한 범인으로 나왔으면 해요. 스릴러 같은 장르로요. 재밌을 것 같죠? 호호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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