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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소프트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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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월버그가 최고의 저격수로 등장하는 미국 영화 더블타깃(Double target)은 애국이란 이름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전직 군인이 부패한 권력자들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특수부대 출신인 주인공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요청으로 대통령 암살을 막고자 분투하지만, 어이없게도 한순간 대통령 암살 용의자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자 처절한 복수극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아무리 일당 백의 내공을 가진 스나이퍼라 하지만, 지상과 하늘에서 압박해오는 경찰과 FBI의 추격을 피해가며 경찰과 특공대원들을 잇따라 몰살시키는 장면들은 한편의 원맨쇼에 다름 아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한다는 의미의 이 영화는 비록 불의에 대한 항거이자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였지만, 대상이 정부기관과 공권력이었다는 점에서 하드 타깃(Hard target)으로 분류된다.

이와는 반대의 개념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목적의 테러행위를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이라고 한다. 미국의 국제 테러리즘과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진보적 지식인이자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에 따르면 이 용어는 지난 1986년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 미국이 콘트라 반군으로 하여금 민간병원과 학교 등을 공격하도록 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소프트 타깃이란 개념이 제대로 정립된 것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라고 본다. 소프트 타깃은 반격의 위험이나 저항 능력이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하드 타깃에 비해 테러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만큼 대중의 공포 심리가 극대화되고 파급 효과 또한 크기 때문에 알 카에다와 같은 극단적 반정부 세력들이 선호하게 된 수법인 것이다.

141명의 희생자를 낸 파키스탄 탈레반 반군 테러와 호주 시드니 도심의 카페 테러가 바로 소프트 타깃이었다. 더구나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를 목표로 삼았고, 책상 밑에 숨어 있는 아이까지 찾아내 총격을 가했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이다. 국가 권력이든 종교적 무장세력이든 저항 능력이 없는 '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무차별 살상행위는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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