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구미 '같은 물 다른 생각'…취수원 이전 물 건너가나

대구시와 구미시가 17일 대구권 취수원 이전 논의를 위한 민관협의회 구성에 전격적으로 합의했지만, 민관협의회를 주축으로 한 향후 취수원 이전이 제대로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국토교통부 용역결과마저 신뢰성이 없다며 수용 거부 입장을 고수한 구미시가 원점 재검토를 전제로 민관협의회에서 취수원 이전의 해답을 찾자고 제안한 것은 실현의지에 의문이 간다는 것.

일단 남유진 구미시장이 제안한 '대구 취수원 이전 관련 민관협의회'는 대구'구미시의 합의 아래 이르면 다음 달 중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관협의회가 남 시장의 주장처럼 모종의 결론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구시와 구미시가 각각 추천한 20명의 협의회원이 해당 지자체의 이해관계를 떠나 합의에 이르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도 검토 용역에 1년 걸린 작업을 언제까지 완료할 수 있을지, 합의를 도출한다 하더라도 양 지자체에 구속력이 있을지가 의문이다.

남 시장이 '제로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하자'고 한 점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10개월간의 분석 끝에 대구권 취수원을 구미산업단지 상류로 옮겨도 수량이나 수질에 변화가 없어 취수원 이전에 타당성이 있다는 검토 용역 결과를 내고, 구미 해평취수원과 강변여과수 개발 2가지를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토부 용역 결과는 신뢰성이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구미시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남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구미시가 제안한 안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남 시장이 '협의회에서의 원만한 합의'가 달성되기 전까지 국토부와 대구시는 취수원 이전 타당성조사 등 일체 행정 절차를 추진하지 말자고 한 점도 취수원 이전 현안이 장기 표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취수원 이전에 대한 합의가 내려지더라도 취수원 이전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 예비타당성조사 실시, 설계'시공까지 7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구권 취수원 이전은 하세월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 시장이 대구시청에서 '깜짝 기자회견'을 자청한 배경도 개운치 않다. 국회의원 출마설이 도는 3선의 남 시장이 '차기 선거'에서 취수원 이전에 합의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입지 않기 위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구미 시민들에게는 국토부와 대구시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지자체끼리 자발적으로 해결하겠다며 국토부의 압박을 피해가는 효과를 염두에 둔 정치적 제스처 아니냐"고 꼬집었다.

취수원 이전을 위한 대구시와 구미시의 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하지만 그 앞날에는 짙은 안개가 드리워진 형국이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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