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완숙(벨기에명 버네사 네케브록'37) 씨는 37년 전 입양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을 떠올리면 어머니가 있는 곳이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강 씨는 1977년 7월 14일 대구시청 앞에서 포대기에 싸인 채 발견됐다. 온몸에 벌레 물린 붉은 자국과 피부염을 앓은 흔적이 역력했다. 폐렴까지 걸려 많이 쇠약한 상태였던 강 씨는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운영하는 백합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보육원은 첫돌이 지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생년월일을 1977년 1월 2일로, 이름은 '강완숙'이라고 지어줬다. 보육원의 보살핌으로 생기를 찾은 강 씨는 그해 말 벨기에 브랭라뤼시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강 씨는 다른 입양인에 비해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양부모 가족은 완숙 씨를 친딸처럼 예뻐했지만 입양한 사실을 표 내지 않으려 노력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껴야 했다.
또 어린 시절 친구들이 '너희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니다'고 놀리거나,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놀이에 끼워주지 않을 때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
심지어 대학생 때는 학업을 중단하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10년 전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한국 문화와 역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국인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고, 우울증도 서서히 극복해갔다.
"한국 음악이나 영화를 함께 감상해 주는 남편이 있어 든든합니다. 자녀를 낳아 저에게도 '혈육'이 생긴 만큼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강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또 몇 년 전부터는 한국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쇼핑할 때 한국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일부러 찾아 구입하고 있다.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집니다. 가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더 큰 바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연락처: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053-659-3333)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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