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대구 중구, 그리고 중구문화원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의 한 말씀이 지역 문화계에 이슈가 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최근 신임 조영수 중구문화원장이 인사차 중구청을 방문했을 때 부구청장과 국장, 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담을 하던 중 윤 구청장이 "중구문화원 원장과 이사들이 중구에 거주하지도 않고 사업장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는 것이다.

원래 '말'이란 옮겨지면서 부풀려지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더라도, 그 말이 나온 상황과 맥락, 분위기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같이 한 자리에 있으면서 들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뉘앙스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 문장짜리 말만 가지고 추정과 억측을 붙여 이러쿵저러쿵 소문을 내고 문제를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언론의 정치관련 기사들이 주로 말의 앞뒤를 싹둑 자른 뒤,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고 덧붙여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진실'보다는 사회적 '관심 끌기'에 더 급급해하는 옐로저널리즘적 행태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언론을 혐오한다. 한국 언론의 주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윤 구청장이 '했다는 말'을 곰곰이 되짚어 보자. 우선 신임 조 문화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부담스럽게 들릴 수 있다. 중구에 살지도 않고, 사업장이 중구에 있는 것도 아닌데, 중구문화원장을 맡은 게 '잘못됐다'라는 식으로 들릴 수 있는 탓이다. 어렵게 새 문화원장을 모신 중구문화원 입장에서 "중구의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데 행정구역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이번에는 윤 구청장 입장에서 볼 필요도 있다. 도시의 확산에 따라 대구 중구는 상주인구 감소로 인한 도심 공동화를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관점에서 단지 '중구에 더 많은 분이 정주하고, 더 많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했을 수도 있다. 윤 구청장 자신도 "문화원에 중구에 살고 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더욱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이 말을 했고, 조 신임원장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중구문화원 활동에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지시도 곁들였다고 한다.

대구 중구는 항상 독특한 곳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중구'는 '대구'라는 신념에 기반한 것이다. 중구는 대구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이다. 그 중구의 역할에 문화'예술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마 중구문화원의 역할도 그에 따라 클 것으로 생각한다. 오페라하우스, 수성아트피아, 계명아트센터 등이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중구에 있는 문화시설만큼 대구시민이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 인프라로 기능하는 곳은 없다. 상주인구의 몇 배나 되는 유동인구가 매일 생활하며 삶을 즐기는 곳이 중구이다. 중구가 다른 자치구에 비해, 특히 문화 분야에서 훨씬 개방적이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잠을 자는 곳이나 생계를 위해 일하는 곳도 중요하지만, 삶을 누리고 즐기며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곳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윤 구청장의 말을 괜스레 곡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지역에서 자고 일하면서 삶의 뿌리는 내리고 있는 사람이 그 지역에 상대적으로 큰 애정을 가질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특히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에게 중구는 다른 지역이 아니라 '바로 대구'이다. 중구의 이런 특성을 잘 살려 문화원을 꾸리고 운영한다면 윤 구청장의 말은 상생과 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중구문화원장에게는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영수 신임 중구문화원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활약을 기대한다. 약속처럼 윤 구청장의 적극적인 뒷받침도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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