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친환경급식은 한국에 비해 10년 이상 앞서 있다. 지난 2005년 일본 정부는 학교급식에서 지역 농'수산물을 이용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웠다. 핵심은 식량 자급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점 사업으로 '지산지소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실천적인 식생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산지소 운동'은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뜻으로 우리의 로컬푸드 운동과 유사하다. 이어 2008년에는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학교급식에서 지역 농'수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친환경급식을 지방정부의 선택에 맡기지 않고 제도적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생산자는 지역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농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역 농수산업을 활성화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급식은 농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영양교사가 중심이 되는 이마바리시
일본에서 학교급식은 지역 농'수산업을 지탱하기 위한 실천 방안이다. 일본의 친환경 식재료 공급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유기적인 연결이 강점이다.
인구 14만7천 명의 상공업 중심도시인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는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급식에서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마바리시의 학교급식 시스템은 경북도와 비슷한 점이 꽤 많다. 먼저 유기농 생산자 모임에서 출하가 가능한 예정 품목을 농협에 제출하면 농협은 이를 영양사 조리장 모임에 보낸다. 조리장은 메뉴를 짜고 필요한 예정 수량을 농협에 발주한다. 매월 한 번씩 농협에서 모이는 생산자 그룹은 조별로 출하 품목 수량을 조정해 출하한다. 많거나 부족한 양은 농협이 조합원 마켓에서 충당해 납품하기도 한다.
다른 점은 식생활 교육이다. 각 학교 영양사들은 매일 아침 생산자가 가지고 온 야채를 교실 복도나 급식실 앞에 전시한다. 이날 급식에 들어간 야채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누가 생산했는지를 학생들이 알게 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지역 유기농 생산자와 학생들 간에 교류가 활발하고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학교급식센터가 지역농산물 소비의 중심
인구 5만 명의 소도시인 일본 토야마현 토나미시는 23년 전부터 지역농산물을 활용했다. 중학교 4곳과 초등학교 8곳, 유치원 7곳에 학교급식이 공급된다. 국과 음식은 식함에 넣어 배송되고, 학생들이 직접 배식을 하는 형태다.
학교급식센터는 입찰을 통해 납품을 받으며 도매시장과 일반 생산자도 입찰을 통해 공급할 수 있다. 야채 부분은 100% 경쟁입찰이지만 그 외 품목은 97%가 수의계약이다. 보다 질 높은 식재료를 공급받기 위해서다.
학교급식센터는 식재료의 안전과 신선도 유지를 위해 가능하면 지역 야채와 농산물을 공급한다. 언제, 어느 시기에 어떤 야채를 어느 정도로 사용할지에 대한 사용실적표를 작성하고, 이를 참고해 각 생산자그룹으로부터 재배계약서와 출하계획서를 받는다. 이를 토대로 학교급식센터가 발주를 하면 생산그룹협의회에서 각 작목반에 발주량을 할당한다. 이어 농협에 학교급식센터 납품서를 청구하면 농협에서 가격 산출 후 학교급식센터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지역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대량의 야채를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도록 규격표를 작성하고, 등급을 붙여 가격에 반영한다. 규격에 맞는 신품종을 재배해 급식 현장에서 사용하기 쉬운 농산물을 생산하는 점도 특징이다.
대량 조리를 할 수 없거나 모양이나 규격이 떨어지는 농산물은 가공을 해서 가공 농산물로 활용한다.
◆직매장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지역 순환 이뤄
일본의 친환경학교급식은 학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급식만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모두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지방정부들은 지역 내 법인과 공공기관들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도록 권유하고, 직판장을 통해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판장을 통해 지역 농산물의 유통 경로를 확대하고 보다 저렴한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는 누가 생산했는지 아는 지역의 먹을거리를 싸게 구매할 수 있어서 좋고 생산자는 중간 유통 상인 없이 직거래를 통해 소득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일본 토나미농산물직매소의 경우, 5개 직매소와 23개 지점에서 지역 농산물을 공급한다. 농산물 출하 시에는 반드시 비료와 농약 등의 사용 내역을 제출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농산물을 공급하는 조합원은 800여 명 규모로 해마다 20여 명씩 늘고 있다. 에히메현은 일본에서 채소 생산이 가장 작은 지역이고, 재배할 수 있는 품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감자나 양파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농산물의 생산량을 늘려서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농산물이 풍작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될 경우, 직매소 외에도 일반 슈퍼마켓에도 채소 등을 공급한다. 판매 경로를 다양화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로 확산시킴으로써 농가 소득을 높이고, 지역민들에게 질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은 경북도의 친환경학교급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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