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평소 사우나를 즐긴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집 근처 대중목욕탕을 가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일 정도이다. 물론, 스타 감독인 만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시민들이 많다. 최근 팀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아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매미가 울면 더 잘할 것"이라는 위로를 받곤 한다는 게 류 감독의 귀띔이다.
하지만 28일 대구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류 감독은 "이렇게 더운데도 매미 울음이 왜 들리지 않느냐"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압도적인 '1강'의 위용 대신 위태위태한 행보를 보이는 데 따른 초조함이었다. 그는 "내가 말만 하면 신기하게도 잘 맞아떨어진다"며 자신이 시즌 초부터 이야기한 '리그 대혼전'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라운드의 열기는 한여름 못지않게 뜨거웠지만 매미는 이날도 대구시민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삼성은 마운드가 초토화되면서 넥센에 6대13으로 패했다. 삼성은 1승 2패를 기록한 이번 3연전에서 14점을 얻은 반면 무려 26점을 내줬다. 시즌 맞대결에서 3승 3패를 기록한 삼성은 선두 NC에 1경기 차이로 밀려났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만 놓고 보면 삼성의 우세가 점쳐졌다. 삼성은 연봉 8억원의 리그 정상급 투수 윤성환을, 넥센은 연봉 3천만원의 신인급 투수 김동준을 내세웠다. 경기 전까지 시즌 평균자책점도 윤성환이 3.24로 4.50의 김동준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윤성환은 이름값을 전혀 하지 못했다. 1회 첫 타자 이택근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뺏긴 데 이어 2회에는 유한준에게 2루타, 김민성에게 적시타를 맞아 추가점을 내줬다. 1회 무사 1루에서 박헌도를 병살타로 처리하고, 2회 2사 만루에서 스나이더를 내야땅볼로 솎아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윤성환은 5회 다시 위기를 맞았다. 5대2로 앞서던 5회 스나이더, 박헌도, 박병호에게 잇따라 솔로 홈런을 두들겨 맞아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했다. 3타자 연속 홈런은 시즌 첫 번째이자 KBO리그 통산 24번째 기록이다. 윤성환으로서도 프로 데뷔 이후 처음 맛보는 아픔이었다.
시즌 피홈런 4위(9개)에 오른 윤성환은 결국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2사 1'2루에서 심창민으로 교체됐다. 4.2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진 윤성환은 10피안타(4홈런) 3볼넷으로 5실점 했다.
삼성은 5회 박한이가 솔로홈런(시즌 5호)을 쏘아 올리며 6대5로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심창민은 6회 2사 만루에서 김민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고, 신용운마저 박동원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면서 승부의 추는 완전히 기울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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