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경북 지역 첫 메르스 환자인 Y(59) 씨가 근무하는 포항의 한 고교. Y씨의 메르스 확진 소식이 알려지자 교문이 굳게 닫혔고, 학생과 교직원의 귀가가 전면 금지됐다. 취재진을 보며 서로 장난을 치던 학생들은 보건소와 의료진으로 구성된 역학조사팀이 학교에 도착하고, 학생과 교직원 등 114명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역학조사팀은 보안경과 보호복,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각 교실로 이동했다. 학교 측은 교내 방송을 통해 학생들이 건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고, 교사들은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취재진들을 학교 바깥으로 몰아냈다.
메르스 확진 소식이 알려지자 교문 앞에는 학부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 마스크를 끼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학부모들 뒤로 포항시의 방역 차량이 뿌연 소독연기를 뿌리며 교문 주변을 돌았다.
한 학부모는 "대학생 자녀가 생선 가시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집이 이 동네라고 하니 메르스 환자로 의심했다"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직장까지 조퇴하고 온 가족이 학교로 다 찾아왔다"고 말했다.
역학조사팀은 교실을 돌며 Y씨와 직접적인 접촉 여부와 이상 증상 등을 조사했다. 또 체온을 재거나 유전자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5일 Y씨와 술자리를 가진 교사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역학조사는 오후 늦게 끝이 났고, 학생들은 보건당국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쓴 뒤 귀가해 자가격리 조치됐다.
이 학교는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있는 병설학교로 운영되는 탓에 중학생들도 늦게까지 하교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학생들은 외출을 삼가고 이상 증세가 느껴지면 곧바로 보건당국에 신고하기로 약속하고 오후 7시쯤 귀가했다. 해당 고교와 중학교는 메르스 비상대책에 따라 19일까지 휴업한다.
Y씨가 진료를 받은 학교 인근 병원도 비상이 걸렸다. 농촌 지역 의료기관 특성상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해당 의료기관은 입구에 메르스 관련 안내문을 게재하고 휴업한 상태다.
역학조사팀 관계자는 "Y씨가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입원한 후에도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점에 미뤄 체내에 바이러스의 양이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가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절차에 따라 철저히 방역시스템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