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메르스 전쟁'과 1939년 11월에 발발한 소련과 핀란드 간의 '겨울전쟁'은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초장부터 적을 우습게 봤다. 우리 보건당국은 첫 메르스 환자가 확인됐을 때 별것 아니라고 여겼다. 소련 역시 그랬다. 전쟁을 시작하면서 흐루시초프는 "우리가 할 일은 포를 한 방 쏘는 것이고, 핀란드는 두 손을 들겠지"라고 했다. 소련군 지휘관 클리멘트 보로실로프도 "만사가 좋아, 만사가 아무 문제없어, 만사가 준비되어 있어"라고 했다, 누가 봐도 어른과 어린애의 싸움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두 번째로 전황이 예상과 180도 다르게 전개됐다는 점도 똑같다. 별것 아니라던 메르스는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이제 '4차 감염자'는 물론 '지역사회 감염' 의심환자까지 나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소련 역시 단번에 핀란드를 정복할 것으로 자신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소련군은 핀란드군의 집요하고 지능적인 저항에 말려 무려 12만7천 명의 사망자를 냈다. 반면 핀란드군의 사망자는 2만7천여 명에 그쳤다.
세 번째로 두 경우 모두 대비 태세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이다. 당시 소련군은 고정 방어시설을 강습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핀란드군의 요새화된 '만네르하임 전선'을 돌파하지 못한 채 스키를 이용한 핀란드군의 유격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군량 보급 체계나 수송 체계도 형편없었다. 이러한 약점은 1941년 히틀러가 소련 침공을 결심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는 매우 중대하다. 메스르 사태를 통해 우리의 방역 안보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잘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대응 역량으로는 생물무기 테러는 물론 에볼라와 같은 고위험 바이러스도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예컨대 치사율이 50~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생물안전 4등급(BL4) 실험실에서 다뤄야 하지만 국내에는 메르스 정도의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는 3등급(BL3) 실험실만 20여 곳 있다는 것이다. 북한 등 적성국이 생물무기로 공격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국민은 이런 불편한 진실을 몰랐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해줬다는 점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선진국에 진입했다지만 우리의 진짜 수준은 이것밖에 안 되는가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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