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공연·방송 녹화 줄줄이 취소

KBS 공개방송 많아 큰 타격 …MBC·SBS도 결방대책 고심

#"신종플루·세월호도 이겼는데…"

#이문세 공연 4시간 전 취소

#관객 준 극장가'쥬라기'에 기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대중문화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전염 우려 때문에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이 차례로 휴업하고 기업도 인파가 많이 모이는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상황. 당연히 공개방송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녹화를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메르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정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극장 관객 수도 급감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심지어 최전방 전선의 군인까지 감염되는 등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여파와 이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대중문화계 전반을 살펴봤다.

◆방송계, 공개 녹화 프로그램 차례로 녹화 중단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일반인 관객을 동원해 진행하는 공개 녹화 프로그램들이다. 이달 초 KBS의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열린 음악회' '도전 골든벨' '누가누가 잘하나' 등의 녹화가 차례로 취소됐다. 메르스의 확산세가 이어지자 결국엔 '가요무대'를 관객 없이 무대 녹화만 진행해 방송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뮤직뱅크'와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 무작정 녹화를 취소하고 결방 조치를 할 수도 없는 노릇. 특히나 KBS는 타 방송사에 비해 공개 녹화 프로그램의 비중이 커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결국 KBS 측은 대부분의 공개 녹화 프로그램 일정을 중단하되 '뮤직뱅크'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자사 공개홀에서 녹화가 진행되는 일부 인지도 높은 프로그램의 녹화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개그콘서트'의 경우는 정기 녹화 일정은 강행하되 규모를 키운 800회 특집 녹화만 7월로 미뤘다. 대신 현장에서 '철저한 위생점검'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열 감지기와 손 세정제 등을 비치했다.

SBS도 '인기가요'의 녹화를 방청객이 없는 '비공개' 형식으로 전환했다. 급박하게 공개 녹화를 비공개 녹화로 바꾸면서 방청권 당첨자들에게 '향후 녹화 재개 시점에 우선적으로 방청권을 드릴 예정'이라고 사과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인기가요'는 14일에 이어 21일 방송 역시 비공개 녹화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 외 '웃음을 찾는 사람들' '동상이몽' 등의 프로그램 역시 녹화 취소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상대적으로 방청객 수가 적은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는 방청객 한 명 한 명의 체온을 직접 확인하고 출입시키는 '맨투맨 체크' 방식을 택했다. 30여 명에 불과한 인원이라 이런 식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MBC는 자사의 대표적인 공개 녹화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일정을 한 회 취소한 후 상황을 지켜보다 16일 녹화를 재개했다. 대신 녹화 현장에 열 감지기와 체온계 및 손 세정제를 동원해 '메르스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타 방송사의 움직임을 살피며 눈치를 보다 강행 의지를 밝힌 것. 공개 음악방송 '쇼! 음악중심'의 녹화 역시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일단 녹화는 진행하지만 현장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제작진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JTBC도 메르스 여파에 휩싸였다. 연예인들의 고등학교 체험기를 다룬 리얼 버라이어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녹화가 취소됐고, 청중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토크쇼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의 일정 역시 중단됐다. 확보된 녹화 분량을 소진하는 시기까지 녹화가 재개되지 못하면 번외편 등 스페셜 방송을 기획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재방송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공개 녹화 프로그램이 많은 CJ E&M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의 여름특집 녹화를 일단 7월 말로 연기한 상태. 워낙 공개 녹화 프로그램이 많아 모든 일정을 취소할 경우 방송 일정 진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SNL코리아' '코미디 빅리그' 등의 프로그램은 열 감지기와 손 세정제 등을 동원하는 차원에서 조심스레 예정된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방송사 간 눈치작전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원활하게 녹화가 진행되지 못해 결방 사태가 발생할 경우 광고 매출이 떨어질뿐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인지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그나마 '기다리는 팬층'이 분명해 방송 재개 후 빠르게 안정권에 들어설 수 있겠지만, 주목도가 약하거나 갓 시작한 프로그램은 결방 기간이 길어질 경우 회복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녹화를 강행했다가는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결국 타사의 움직임을 체크하며 '묻어가기'를 하는 상황이다.

◆공연, 극장가도 연일 한숨

가요계 역시 '메르스 한파'로 잔뜩 움츠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연이다. 메르스로 인해 티켓 판매부터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막상 공연을 정상적으로 한다고 해도 해당 아티스트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특히나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하고 환호하는 인기가수들의 콘서트는 메르스와 같은 전염성 질환에 취약해 취소가 불가피하다.

지난 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2015 씨어터 이문세' 공연을 앞두고 있던 이문세는 오프닝을 불과 4시간 앞두고 연기를 결정했다. '인파가 몰리는 장소의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보건당국의 당부에 따른 조치다. 당시 이문세는 SNS를 통해 '신종플루와 사스가 왔을 때도, 세월호 때도 다 견디고 이겨낸 공연이다. 오늘 공연은 잠시 피해가는 것일뿐 막을 내리는 게 아니니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아달라. 좋은 날은 곧 온다'며 '표 구매해 자리 채워주려했던 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고 팬들에게 전하는 말을 남겼다.

2주 간격으로 홍대에서 친한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하던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도 공연 당일이었던 5일 일정을 취소했다. 7일 성남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김장훈의 '최강콘서트'도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조치'라며 잠정 연기를 선언했다. 이은미의 전국투어 '가슴이 뛴다'도 이달 초 메르스 여파로 잠정 중단됐다. 향후 상황을 본 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언제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묘연하다. 바이브와 포맨, 벤 등이 함께하는 '2015 더 바이브 패밀리 콘서트'도 같은 이유로 연기됐다. 7월에 잡혀 있는 인기가수들의 공연 역시 지금으로선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나마 극장가는 조금씩 관객 수를 회복하며 메르스 공포를 극복하고 있다. 5월 말부터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던 관객 수가 6월 둘째 주 주말에 들어서면서 '쥬라기 월드' 등 화제작의 개봉과 맞물려 회복세를 보였다. 155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던 주말 관객 수가 12일부터 14일까지 6월 둘째 주 주말에는 219만 명까지 반등했다. 사실상 메르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회복세를 보인 것.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메르스 여파에 지친 관객들이 '개인위생에 철저하되 최소한의 즐거움은 찾아야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쥬라기 월드'처럼 폭넓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파워콘텐츠의 유혹 역시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단, 메르스 감염자가 꾸준히 늘고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어 극장 관객 수 회복세가 일시적 현상인지 아닌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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