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승민 사퇴… 미래는 남겨 놓았다

유승민 "의원총회 결과 수용" 원내대표 156일 만에 하차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 도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 도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는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였다.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유 원내대표는 8일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으로 촉발된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록 유승민 사퇴 파동은 일단락됐지만 여권에는 권력투쟁의 서막이 올랐고, 당청 관계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일시적으로는 당내, 당청 간 갈등이 봉합되겠지만 '유승민 사퇴'를 두고 전선이 확연히 갈려 내년 총선 공천 등 내연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경우 계파 간 정치생명을 건 대충돌이 불가피하다.

경제'사회 분야에서 중도개혁 성향을 내보이며 '신보수'의 기수로 나선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일 원내대표에 선출된 지 156일 만에,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신임' 발언 이후 13일 만에 중도하차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공개적인 정치적 불신임으로 중도하차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청와대'친박계와 비박계 간 여권 내홍은 일단락됐으나 향후 여권 내 권력지형은 요동칠 전망이다. 후임 원내대표 선출, 20대 총선 공천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로 큰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무형의 '자산'을 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 및 청와대와 대립각을 형성했던 유 원내대표는 사퇴 과정에서도 당내 최대 실력자인 김무성 대표 및 서청원 최고위원과 달리 소신을 내세우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 존재감이 더 부각됐다.

또 이번 파문을 계기로 자신의 정치철학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증세 및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을 계기로 유 원내대표는 '안보는 보수'경제는 개혁주의자'로서의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는 차기 당권이나 대권의 유력 주자 반열에 오르는 등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한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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