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형제의 난

역사상 골육상쟁(骨肉相爭)은 그 뿌리가 깊고 참담하다. 성경에 기록된 인류 최초의 살인 또한 형제간의 살육이었다. 아담과 이브의 두 아들 중 농부인 형 카인이 양치기인 동생 아벨을 죽인 것이다. 형제가 각각 바친 밀과 양 중 하느님이 양을 더 좋아하자, 질투심 때문에 동생을 죽여버린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형제간의 갈등과 대립 이야기는 이뿐이 아니다.

야곱이 형 에사우를 속여서 장자권을 낚아챈 것이며, 아버지의 편애를 받던 요셉이 형제들의 시기를 받아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는 사건도 유명하다. 로마의 역사도 형제간의 살해극에서 시작됐다. 로마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다는 쌍둥이 형제이다. 그런데 장성하여 나라를 세울 때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국 형 로물루스가 동생 레무스를 죽이면서 고대 로마의 역사가 닻을 올린다는 것이다.

인륜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가 지배한 동양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태평성세를 열었던 당 태종 이세민은 골육상쟁의 주인공이다. 당 나라 건국에 절대적인 공을 세웠던 자신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자, 태자였던 형과 동생을 죽이고 아버지를 위협해서 2대 황제로 즉위한 것이다. 비슷한 사건은 동방예의지국인 조선에서도 일어났다.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큰 이바지를 했던 이방원 또한 세자 자리가 어린 이복동생에게 돌아가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통해 3대 태종으로 등극한다. 왕조시대가 그랬다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벌가의 후계자 쟁탈전이 다반사가 된 듯하다.

과거 현대, 효성, 금호그룹의 사례에 이어 롯데그룹 형제간에 드라마 같은 현대판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 형제간의 분쟁은 쿠데타에다 법정소송이 빈발하고 집안 싸움으로 확대되면서 피를 나눈 형제가 철천지원수지간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총칼이 없고 피를 튀기지 않았을 뿐, 왕조시대의 골육상쟁보다 나을 게 없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그저 돈 앞에는 혈육도 없고 국민도 안중에 없는 재벌가의 민낯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형제는 타인의 시작'이라는 불편한 속담이 허사가 아니었던가.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는데, 정녕 피보다 진한 것은 돈과 권력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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